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우승으로 그랑프리 시리즈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쾌거를 달성하면서 전 세계 피겨 팬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미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시즌 첫 우승을 따냈던 김연아는 '컵 오브 차이나'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내달 그랑프리 파이널(12월 10~14일.고양) 출전권을 따냈다.

이미 지난 2006년과 2007년 그랑프리 파이널을 모두 석권했던 김연아는 국내 피겨 팬과 함께 고국 무대에서 3연패의 기쁨을 만끽할 기회를 만들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석권했던 김연아는 이번 시즌 한층 강렬해진 배경음악과 안무로 팬들을 찾아와 한 단계 도약한 연기로 '피겨퀸'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김연아에게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바로 강해진 체력과 정신력이 '업그레이드 연아'의 키워드다.

◇눈에 띄게 달라진 체력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고관절 부상의 악재를 이겨내고 2년 연속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던 김연아는 국내에서 쉬는 동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피겨에 더 잘 맞는 체형으로 몸을 바꾸는 일이었다.

김연아는 지난 5월 재활의학 전문가 어은실 박사와 함께 '몸만들기' 4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일 두 시간씩 몸의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데 집중한 김연아는 4주 만에 허리가 쏙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허벅지 근육이 강화되면서 더욱 날씬하고 튼튼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원래 8주 프로그램이었지만 캐나다 전지훈련 일정 때문에 속성으로 끝낸 김연아는 수시로 어 박사에게 동영상으로 체력 훈련 과정을 보내주고 교정을 받는 '원격 트레이닝'을 받았다.

덕분에 김연아는 1차 대회부터 부상 없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정신력의 승리 '역시 강심장'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는 뜻하지 않은 장벽을 만났다.

챔피언을 향한 견제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는 '롱 에지' 논란이었다.

쇼트프로그램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롱 에지 판정을 받은 김연아는 '점프의 정석'이라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다.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세 시즌 동안 무려 아홉 차례나 대회를 치르면서 가산점을 몰고 다녔던 플립 점프에서 생전 처음 롱 에지 판정을 받은 김연아는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프리스케이팅의 첫 과제 역시 트리플 플립 콤비네이션이었던 만큼 팬들은 과연 김연아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까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실전에 강한 김연아는 점프 시도에 흔들림이 없었고, 비록 억울한 어텐션 마크가 남았지만 이틀 만에 가산점을 끌어내면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았다.

게다가 트리플 러츠에서 착지 불안으로 콤비네이션 점프에 실패하자 과감하게 프로그램 중반부 단독 트리플 러츠에 즉흥적으로 더블 토루프를 연결, 가산점을 따내는 순발력을 발휘했다.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를 실패하고 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더블 토루프를 붙였는데 다행히 잘됐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정신력의 승리였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