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경기에서 언제나 극적인 드라마를 써왔던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언제쯤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일본프로야구 최정상을 가리는 요미우리-세이부 라이온스의 일본시리즈에서 이승엽은 4일 3차전까지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세이부 돔에서 열린 3차전 두 번째 타석에서 이번 시리즈 첫 안타를 뽑아냈지만 성적은 8타수 1안타에 삼진 5개, 볼넷 3개로 신통치 않다.

4번 알렉스 라미레스가 2차전 굿바이 솔로포에 이어 3차전 솔로 아치로 두 경기 연속 대포를 작렬시켰고 3번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도 3차전에서 솔로 아치로 6-4 승리에 쐐기를 박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탓에 5번 타자 이승엽의 입지가 좁아졌다.

홈런 대결로 진행 중인 이번 시리즈에서 나카지마 히로유키(2개), 나카무라 다케야(1개), 고토 다케토시(1개) 등 세이부 중심 타자들도 1개 이상 대포를 터뜨린 터라 이승엽의 처지는 더욱 옹색하다.

1-2차전에서 상대 투수의 피해 가기와 위협구로 타격 밸런스가 흔들렸다면 이승엽은 3차전에서는 상대 배터리와 수 싸움에서 졌다.

변화구를 노리던 게 일찍 발각됐고 세이부 투수진은 직구로 허를 찔렀다.

이승엽은 타격 부진으로 시즌 초반 2군에 내려가 세이부와 인터리그 4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볼 배합을 실전에서 경험하지 못한 탓에 고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시리즈에서 맞붙은 양팀 타자 중 이승엽만큼 단기전을 많이 치르고 성적이 좋았던 타자는 없다.

일본프로야구가 클라이맥스 시리즈를 양대 리그에 도입한 지 몇 년 되지 않았기에 일본에서 단기전이란 결국 일본시리즈를 일컫는다.

실제 일본야구기구(NPB)가 펴낸 일본시리즈 안내 책자를 보면 2005년 롯데 마린스를 일본 최정상으로 이끌었던 이승엽은 당시 타율 0.545(11타수6안타), 홈런 3개, 6타점으로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이승엽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치렀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시드니ㆍ베이징올림픽 등 단기전이라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1년 야쿠르트에서 일본시리즈를 경험한 라미레스는 당시 타율 0.167(18타수3안타), 홈런 1개에 머물렀고 오가사와라도 2006년 니혼햄 시절 타율 0.200(15타수3안타)을 때린 게 전부다.

양팀 다 일본시리즈를 처음 밟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세이부에서는 1991년 히로시마와 2000, 2002년 요미우리에서 큰 경기를 치른 노장 에토 아키라(38)가 타율 0.276(29타수8안타), 홈런 2개를 때린 것 정도가 최고다.

베이징올림픽 4강전과 결승전에서 잇달아 터져 나온 결승 투런포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승엽이 단기전에서 보여준 극적인 반전은 어느덧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졌다.

"내가 잘 때려 팀이 이기는 것만 남았다"고 주먹을 불끈 쥔 이승엽이 4-5차전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팀을 6년 만에 정상으로 이끌지 주목된다.

이제는 이승엽이 저력을 발휘할 차례로 그가 홈런포를 쏘아올리면 요미우리의 우승은 더욱 가까워진다.

(도코로자와<日사이타마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