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적만 보면 참담합니다. 하지만 희망을 봤기에 새롭게 내년을 준비합니다"

황선홍(40)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2008-2009시즌에 지도자로 데뷔한 '초보 사령탑'이다.

지난해 12월 오랜 공석이던 부산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세대 가운데 처음으로 프로 감독 명함을 갖게 된 것으로 당연히 K-리그 14개 구단 감독 가운데 막내였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린 그였지만 감독 데뷔 첫해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감독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9일 전북 현대와 개막전 홈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힘차게 출발한 황 감독은 오는 9일 최종전 1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12위에 머물고 있다.

최종전에서 아무리 잘해도 12위이고, 잘못하면 13위로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

'꼴찌' 수준의 참담한 성적이었지만 황 감독은 주눅이 들지 않았다.

K-리그 25라운드 홈경기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타는 FC서울을 2-0으로 완파한 2일 저녁 부산 시내 한 음식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적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지만 내년에는 (더욱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에 야구를 한 것처럼 우리는 겨울에 축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감독은 자신감을 느끼게 된 이유를 외국인 감독 밑에서 오랫동안 '져도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 물든 선수들이 바뀌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감독에게 올해는 초보 감독답게 시행착오의 한 해였다.

데뷔전에 승리하고 나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고, 기존 코치진과 의견 충돌이 잦아 시즌 중반 대거 개편을 이루기도 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동한 강철 코치를 새로운 수석으로 임명한 뒤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 사이에 무너졌던 신뢰 회복에 공을 들이며 새롭게 팀 정비에 나섰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실제로 시즌 막판 부산은 강해지고 있다.

24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더니 강호 서울마저 2-0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버려 너무 아쉽다"는 황 감독은 일단 동계훈련부터 차근차근 내년을 준비하려 한다.

동계훈련에서는 전술이나 기술 훈련보다 정신력을 가다듬는데 중점을 둘 생각.

황 감독은 "힘든 훈련이 무엇인지 선수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팀은 함께 어려움을 겪어봐야 한다. 패배의식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한 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황 감독은 최근 K-리그 감독 데뷔를 시사했던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코치에 대해서는 "지금 남을 훈수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어느 팀이든 얘기가 있으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았겠나.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며 영원한 맞수이자 친구인 홍 코치와 K-리그에서 사령탑 지략 대결에 기대를 내비쳤다.

(부산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