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양대 구질인 드로(draw:친 볼이 똑바로 나가다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것)와 페이드(fade:똑바로 나가다가 오른쪽으로 살짝 휘어지는 것)는 장단점이 확연하다. 드로는 낙하 후 런이 많아 거리를 내는 데 효과적이지만 정확성은 떨어진다. 페이드는 높이 떠서 날아가 낙하 후에는 곧바로 멈추기 때문에 정확한 샷이 요구될 때 구사된다. 그 반면 거리는 그다지 나지 않는다.

정상급 프로들은 두 구질을 모두 구사하지만,그 가운데 하나를 주무기로 삼는다. 최근에는 장비발달로 '거리' 변별력이 없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확성'이 생명인 프로들은 페이드를 선호한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일컬어지는 잭 니클로스는 파워 페이드로 유명했으며 박세리,프레드 커플스 등도 페이드를 잘 구사한다. 그 반면 아담 스콧이나 캐리 웹은 드로를 잘 친다.

제24회 신한동해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세계랭킹 16위 최경주(38.나이키골프.신한은행)도 지난해까지는 페이드가 주무기였다. 거리는 덜 나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이 높고,그린에서도 잘 멈추는 그 구질 덕분에 아시아권 선수로 미PGA투어 최다승인 7승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체중감량을 하면서 생각을 바꿨다. 페이드로는 서양선수들의 거리를 따라잡을 수 없는데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도그레그 홀'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타이틀을 방어하기 위해 나선 이번 대회에서 드로를 자주 구사했다. 1,2라운드에서 그와 함께 플레이한 강성훈(21.신한은행) 배상문(22.캘러웨이)은 "최 프로가 지난해와 달리 드로 구질로 주로 치더라.그 결과 거리가 20야드는 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최경주는 그러나 드로구질의 시험무대격인 이번 대회에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는 모습이다. 첫날 6번홀(파5)에서 티샷이 왼쪽 OB가 난 데 이어 둘째날 15번홀(파3.길이 235야드)에서도 티샷이 벙커 고무래를 맞고 왼쪽 숲으로 가버렸다. 36홀 동안 OB 두 방을 낸 것.그런데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역시 최경주'라는 소리를 들었다.

첫날 2언더파로 공동 17위였던 최경주는 10일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파72.길이 7544야드)에서 속개된 대회 2라운드에서 OB를 내고도 3타를 줄였다. 마지막 9번홀(파5)에서는 15m거리의 웨지샷 이글로 OB를 만회했고 남은 3,4라운드에서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39타로 선두권에 2타 뒤진 공동 11위.최경주는 "생애 처음 36홀 동안 OB를 두 번이나 냈지만 '보기-보기'로 막자고 자위했다. 주로 드로를 구사하고,바람이 불 땐 자신있는 페이드를 번갈아 구사하고 있는데 감이 괜찮다"고 말했다.

시즌 상금랭킹 2위 김형성(28.삼화저축은행)을 비롯 강성훈 전태현(41.캘러웨이) 박재범(우리골프) 등 5명이 합계 7언더파 137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상금 1위 배상문과 최근 상승세인 김위중(28) 김대섭(27),지난해 다승왕 강경남(24.이상 삼화저축은행) 등은 6언더파 138타로 선두와 1타차의 공동 6위에 자리잡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