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태극마크를 물려주고 대표팀을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었어요.

하지만 회장님도 말리시고 그동안 운동한 게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여자 탁구의 에이스인 `주부 선수' 김경아(31.대한항공)는 대표팀 은퇴 시기를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미루기로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사냥에 앞장섰던 김경아는 올림픽 직후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실업 선수 활동에만 전념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하지만 상황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태극마크 꿈을 접지 않기로 했다.

우선 지난 7월28일 제20대 탁구협회장에 취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만류 때문이다.

올림픽이 끝나고 소속팀 대한항공 환영식에 참석했던 김경아는 `대표팀 은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조양호 회장은 `런던까지 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했다.

베이징을 찾아 단체전과 개인전 경기 장면을 지켜봤던 조 회장이 김경아의 기량을 아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여자 대표팀 내부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남자팀이 간판 유승민과 `수비 달인' 주세혁(이상 삼성생명),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농심삼다수)까지 20대 초반에서 중반이 주축이고 후배 중에도 뛰어난 기량 선수들이 많다.

반면 여자팀은 절실한 세대교체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뒤를 받쳐줄 기대주가 많지 않다.

문현정(삼성생명)과 이은희(단양군청)를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돋보이는 선수가 없다.

김경아 본인의 의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베이징올림픽 단체전에서 맞붙었던 미국 대표 가오준(39)과 왕천(34)은 30세를 넘은 나이에도 노련미를 앞세워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공격수보다 선수 생명이 긴 수비 전형인 김경아로서는 어차피 실업에서 계속 뛰면서 대표 선수를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단식 동메달을 딴 김경아는 "베이징까지 갈 수 있을까"하고 자문했지만 이후 전성기를 누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또 중국의 옛 간판 왕난과 6년 가까이 탁구여왕 자리를 지켜온 장이닝이 은퇴 의사를 내비치는 등 세계 탁구의 평준화 전망도 김경아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경아는 "대표를 하고 싶다고 해도 실력이 없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런던 올림픽 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알 수 없어요.

훌륭한 후배들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자리를 내줄 마음의 준비는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런던을 새로운 목표로 정한 만큼 더 늦기 전에 아기를 낫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남편도 운동하겠다는 제 의지를 존중해줘 항상 고마워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