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의 달인'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시즌 막판 극적인 부활포를 쏘아 올리고 일본 프로야구사에 드라마 한 편을 준비 중이다.

이승엽이 3연타석 홈런으로 7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요미우리는 16일 요코하마를 14-1로 대파하고 센트럴리그 선두 한신 타이거스에 3게임차로 따라 붙었다.

시즌 첫 6연승의 휘파람을 분 요미우리는 17일 요코하마마저 잡고 19∼21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한신과 3연전에서 역전 우승을 일구겠다는 복안이다.

일본 언론에서 종종 쓰는 말 중 '메이크 드라마'라는 말이 있다.

요미우리의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컫는 것으로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 명예 감독이 영어를 뒤죽박죽 일본식으로 붙여 쓴 말이다.

요미우리는 당시 선두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 11.5게임차로 뒤져 있었으나 막판 분전으로 이를 극복하고 정상을 밟았다.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는 자화자찬 성격이 강하나 요미우리 구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쾌거이기도 하다.

요미우리가 이를 12년 만에 재현할 조짐이다.

한신에 13게임까지 뒤졌던 요미우리는 10게임을 만회해 3게임차까지 좁혔다.

한신과 다섯 경기가 남은 요미우리는 주말 3연전에서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 중심에 이승엽이 있다.

이승엽은 한신을 상대로 타율 0.318로 시즌 타율 0.219보다 높고 센트럴리그 구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한신전에서는 언제든 적시타를 때려낼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홈런포가 폭발한다면 금상첨화다.

베이징올림픽과 이후 열흘 간 2군 조정을 거치면서 이승엽은 자신감을 확실히 되찾았다.

그는 16일 요코하마의 각기 다른 세 투수를 상대로 파워 넘치는 풀스윙으로 우측 펜스로 당겨서 2개, 가운데 펜스로 1개 등 3방의 홈런을 터뜨렸다.

1군 복귀전이던 14일 야쿠르트를 상대로 바깥쪽 슬라이더를 결대로 밀어쳐 좌측 스탠드에 타구를 보낸 이승엽은 요코하마전에서는 바깥쪽 커브, 바깥쪽 포크볼, 가운데 낮은 직구 등 구종을 가리지 않고 화끈하게 돌렸다.

상대 배터리의 바깥쪽 변화구-몸쪽 직구라는 정형화한 패턴을 깰 만큼 자신감을 얻었다는 방증이다.

한신과 3연전은 지난해 이 맘 때 벌어진 주니치와 선두 결정전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승엽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요미우리는 작년 9월 말 주니치에 겨우 1게임 앞선 리그 선두를 달렸고 이승엽은 9월26일 주니치와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3-4로 뒤지던 5회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천금 같은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흐름을 요미우리 쪽으로 완전히 돌려 놓았다.

요미우리는 이 경기를 이겨 주니치에 2게임 앞선 1위를 지켰고 여세를 몰아 10월2일 야쿠르트를 물리치고 5년 만에 리그 정상에 복귀했었다.

타율 2할 7푼대에 불과했던 이승엽이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가동한 덕분에 요미우리가 막판 선두 경쟁에서 탄력을 받았던 셈이다.

이승엽의 반전 드라마는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있었다.

본선 풀리그에서 죽을 쒔던 이승엽은 일본과 준결승, 쿠바와 결승전에서 잇달아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

2000 시드니올림픽 3-4위전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보스턴)을 상대로 때린 좌중간 결승 2타점 2루타, 2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 예선에서 도쿄대첩을 이끈 역전 결승 투런포 등 이승엽이 쓴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다.

모든 이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한신과 주말 3연전에서 이승엽이 다시 한번 넘치는 스타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