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이 한국의 공식 A매치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 탓인지 썰렁한 관중석 분위기가 연출됐다.

5일 저녁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던 여느 A매치 분위기와 달리 킥오프 직전에도 6만 6천여 석의 스탠드가 붉은악마 응원단 석과 본부석 주변, 우측 관중석을 제외하고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대한축구협회가 밝힌 입장 관중 수는 1만6천537명.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한국과 칠레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기록된 역대 A매치 최소 관중 1만5천12명보다 고작 1천525명 많은 수치다.

1시간 전에도 본부석 왼쪽 골대 뒤쪽에 '붉은악마' 회원 10여 명이 다양한 문형의 태극기를 스탠드 앞쪽에 내걸고 분주한 모습을 보였을 뿐이다.

본부석 맞은편 역시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모여 든 관중이 대부분이었고 오른쪽 관중석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초청한 어린이들이 자리를 먼저 채웠다.

평일 오후에 열린 탓도 있지만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야구가 프로에서도 연일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흥행 몰이를 하는 것과 크게 대조를 보인 것이다.

네티즌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과 축구 대표팀의 성적을 비교하며 "축구장에 물을 채워 수영장을 만들자"라는 비아냥거림이 그대로 재현된 듯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직전 그라운드를 살펴보기 위해 잠시 나왔다가 썰렁한 관중석을 보고 다소 놀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만장이 약간 넘는 티켓이 예매됐는데 평소보다 적은 관중 규모"라면서도 "올림픽 부진 여파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용하고 침체한 분위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매치가 개최되는 날이면 으레 경기장 주변에는 노점상들이 줄 지어 특수를 누렸지만 이날만은 손님이 뜸한 포장마차 몇 개만이 눈에 띄었다.

매점 앞에서 음료수나 간식을 사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하프타임 이외에는 좀처럼 목격되지 않았다.

경기장을 찾은 곽모(31)씨는 "이렇게 관중 없는 A매치 경기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야구장에는 올림픽 이후 관중이 크게 늘었는데 축구는 더 줄어든 느낌이다.

관중이 너무 적어 경기를 보는 재미도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