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짜릿함 사라져 일이 손에 안잡혀"
허탈감 해소법도 각양각색.."이젠 내가 직접", "역사의 현장 여행"

"하염없이 채널만 돌려요.", "올림픽 기사만 눈에 들어오네요."


24일 폐막한 2008 베이징 올림픽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대표팀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린 데다 우리와 1시간 시차가 나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매일 생중계로 감상했기 때문이다.

광주시 서구에 사는 주부 박모(58.여)씨는 25일 남편과 아들이 출근하자마자 안방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TV에서는 더 이상 올림픽 경기가 방송되지 않았다.

박씨는 곧바로 케이블 TV 스포츠 채널로 돌렸다.

재방송이라도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서였다.

회사원 장모(41)씨는 연일 `하한가'를 치는 주식 시세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와중에 장씨는 올림픽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성적표로 그나마 시름을 달랬다.

하지만 이제 낙이 없어진 장씨. 인터넷의 올림픽 관련 기사라면 자질구레한 것도, 이미 수 차례 접한 내용이라도 어김없이 클릭한다.

마치 안방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손 쉽게 즐기던 올림픽 경기가 감쪽같이 사라지자 곳곳에서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장씨는 "실시간으로 즐기던 `짜릿한 순간'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자 허탈한 나머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난 허탈함을 달래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가장 적극적인 유형은 `몸으로 즐기는 올림픽'. 특히 우리 대표팀이 선전한 종목을 중심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광주의 한 배드민턴 동호회 관계자는 "이웃에 살던 전남 화순군 출신의 이용대 선수가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가입 문의가 폭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내 수영장에도 수강생들이 몰려 `마린보이' 박태환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9전 전승 우승'의 신화를 일군 야구의 경우 경기를 직접 즐기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팬들의 발길을 프로야구 경기로 잡아 끌 것으로 예상돼 광주 무등경기장은 벌써 활기를 띄고 있다.

`사람은 떠났어도 건축물은 남아 있다'(?). 여행 업계는 올림픽에서 소개된 멋진 경기장을 둘러보기 위한 중국 여행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대학생 안모(24.여)씨는 "선수들의 미니홈피만 방문하는 것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해 친구들과 중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주 경기장 `냐오차오(鳥巢)'와 수영 경기장 `워터큐브' 등 신기록의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라며 "이번 학기 수강신청은 중국에서 해야겠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