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19.단국대)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귀공자 타입으로 잘생긴 외모에 183㎝의 훤칠한 키, 꾸준한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뭇 팬을 열광시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그가 특별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데 있다.

박태환이 지난 10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따낸 금메달은 한국 수영 뿐 만 아니라 한국 기초종목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1930년대 이미 일본이 자유형에서 간간이 우승을 하곤 했지만 남자 자유형은 이후 서양에 밀려 세계 수영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박태환의 금메달은 72년 만에 아시아 선수가 따낸 것이었다.

한국 수영계에서는 이런 박태환을 놓고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충분히 이런 선수를 찾아낼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있다.

정말 '제2의 박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박태환의 금메달은 천재성만 갖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훈련을 하지 않으면 박태환도 자기 기록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즉 천재성에 과학이 결합한 결과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송홍선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박사와 함께 생리학을 결합시킨 5개월의 집중 훈련 프로그램을 짰고, 영법 및 균형 교정을 할 때도 송 박사가 개발한 '스피드 측정기'로 뽑아낸 데이터가 바탕이 됐다.

결국 박태환이 경쟁한 서양 선수들은 모두 체격이나 힘이 월등했지만 19살 동양 청년을 넘어서지 못했다.

세밀한 데이터가 바탕이 된 과학을 접목시킨 훈련이 이뤄진다면 불가능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일찌감치 유망주를 찾아내 좋은 환경에서 수영이나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의 금메달 유망주를 소년체전이나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의 성적에만 연연해 혹사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고 차근차근 자신의 스포츠를 즐기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선 지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국제대회에 꾸준히 파견해 경험을 쌓게 하는 것도 절실하다.

박태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돼 실패를 겪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이나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 등에 자주 나가 큰 대회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담대함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 박태환을 제외한 대부분 수영 국가대표들이 자기 기록도 내지 못하고 물러났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너무 긴장했기 때문이었다.

박태환의 선전을 보며 부러워하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이번 올림픽에서 단거리 육상 최강으로 떠오른 자메이카에 선수나 지도자를 전지훈련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이런 점에서 반갑다.

수영과 함께 대표적인 기초종목인 육상도 '제2의 황영조', '제2의 이봉주'를 키우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대한수영연맹도 사상 첫 금메달이 나왔다고 언제까지 환희에 들떠있을 수는 없다.

내부 헤게모니 싸움을 끝내고 수영인들끼리 똘똘 뭉쳐 경기력 향상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제2의 박태환'은 까마득한 소망에 그칠 수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