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SBSㆍMBC 제재 검토

일부 지상파 방송사의 베이징 올림픽 '막말 해설'과 올림픽 출전 약소국에 대한 '비하 발언 및 자막'이 제재의 심판대에 오른다.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금주 중 열릴 방송심의소위원회가 베이징 올림픽 중계과정에서 불거졌던 막말 해설과 일부 출전국에 대한 비하 자막 등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방통심의위의 자문기구인 방송분과특별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레슬링 경기와 박태환 수영 경기의 해설자가 괴성을 지르고 반말을 사용해 해설자의 본분을 지키지 않았다'는 민원을 심의한 결과, 방송언어 관련 심의 규정을 어긴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은 '방송에서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및 비속어, 은어, 유행어, 조어, 반말 등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방송특위는 SBS 해설자가 중계 도중 지나치게 흥분한 나머지 '안돼', '바보야, 방심하지 말라고 했잖아', '미치겠네' 등 막말 해설을 하고 괴성을 지른 것은 부적절한 만큼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행정지도 수준의 제재를 방송심의소위에 건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지도는 재허가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하는 '주의' 이상의 법정 제재와 달리 일종의 권고 성격을 띤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심권호 SBS 해설위원은 지난 12일 그레코로만형 55㎏급 박은철과 60㎏급 정지현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야,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야, 밀어, 조금만 더 밀어야 해"라고 코치가 선수에게 지시하는 듯 고성과 반말을 일삼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그는 경기 도중 박은철이 상대선수에게 점수를 허용하자 "이씨"라고 외쳤으며 정지현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바보야"라고 소리치는 등 흥분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막말 해설'이라는 시청자의 비난을 샀다.

방송심의소위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일부 약소국에 대해 비하성 자막과 발언을 한 MBC에 대해서도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방송분과특위는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나 흥미 수준에 불과한 이슈 등을 해당 국가의 대표적인 사실인 것처럼 자막으로 표시한 것은 국제친선 및 이해 증진 관련 심의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지난 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케이멘 제도 선수단이 입장할 때 '역외펀드를 설립하는 조세회피지로 유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으며,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지대인 차드에 대해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는 자막을 방송했다.

네팔에 대해서는 해설자가 "네팔은 도시 이름 때문에 잘 기억하는 나라인데. 만두죠, 카트만두가 수도"라고 말해 약소국에 대한 비하성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베이징 올림픽 중계방송을 점검하면서 2건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상황"이라면서 "현재 모니터가 진행중이므로 문제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