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이 배출한 한국 최고 남녀 스타는 누가 뭐라 해도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6.고양시청)이다.

이미 한 차례 이상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경험을 보유한 이 둘은 실력 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거머쥘 수 있는, 하늘이 준다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더구나 이들은 유도나 레슬링, 태권도 등 격투기 종목에 의존하던 한국 스포츠의 올림픽 도전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각종 시끄러운 사회문제와 경기 침체로 우울하던 한국에, 매연에 무더위까지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던 중국 베이징에 청량음료처럼 상쾌한 금(金) 소식을 먼저 전한 이는 박태환이었다.

박태환은 지난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1초86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두드렸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에 도전한 지 44년 만에 나온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한 것이었다.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72년 만에 나온 자유형 금메달이다.

오랫동안 서양 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거리 자유형에서 아시아 선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렸다.

세계 언론은 '호주가 지배해온 자유형 400m의 전성시대를 끝냈다' 등의 제목으로 세계선구권대회와 올림픽을 제패한 한국의 19살 청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릴 때 앓던 천식 때문에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유연성과 부력(浮力), 신기의 회복능력 등 수영선수로는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난 데다 5개월 간 태릉선수촌에서 집중 훈련을 통해 지난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내며 은퇴한 '인간어뢰' 이안 소프(호주)의 뒤를 이어 자유형 400m의 진정한 최강자로 거듭났다.

박태환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이틀 뒤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다시 한번 메달 소식을 날렸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에는 뒤졌지만 귀한 은메달을 추가하며 자유형 400m 우승이 행운이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확인했다.

비록 마지막 경기인 15일 저녁 자유형 1,500m에서는 예선 탈락하기는 했지만 훈련을 꾸준히 한다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자유형 200m부터 400m, 1,500m까지 3관왕에 오를 가능성을 밝혔다.

도하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를 거치며 이미 '국민 남동생'으로 거듭났던 박태환은 우승 순간이나 시상대에 올라섰을 때도 싱그러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신세대 금메달리스트의 전형을 만들기도 했다.

박태환이 경기를 마무리한 다음날에는 장미란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여자 선수로 거듭났다.

그는 16일 베이징항공항천대학 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 역도 최중량급(+75㎏) 경기에서 인상 140㎏에 용상 186㎏으로 합계 326㎏을 들어올려 277㎏의 올하 코로브카(우크라이나)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장미란은 경기를 마친 뒤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하늘이 주는 메달이다.

이것이 내게 주어져서 벅차고 기쁘다"고 감격에 젖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역도를 하는 것을 창피하게 여겼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훈련에 온 열정을 쏟은 장미란이 이제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딸'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최대 라이벌인 중국의 무솽솽(24)의 불참이 정해지면서 장미란의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었다.

약간 김이 빠지는 경기였지만 장미란은 그저 평범한 금메달을 들어올린 것이 아니었다.

인상 3차시기에서 140㎏을 들어 무솽솽의 종전 세계기록(139㎏)을 갈아치운 장미란은 용상 1차 시기에서 175kg을 들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용상 2차와 3차에서 연달아 세계 신기록 행진을 벌였다.

인상 1차례와 용상 2차례, 종합 2차례를 모두 합하면 그날 저녁 장미란이 낸 세계 기록은 총 5개였다.

이만하면 수영에서 꿈의 '8관왕'을 차지한 펠프스 못지 않은 대기록이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쾌거였다.

역도 최강국인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장미란은 엄청난 힘을 보여줬고 중국이 여자 최중량급을 포기하며 무솽솽의 불참을 결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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