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2008] 한국야구 '퍼펙트 金' 비결은…
한국 야구가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9승의 전적으로 '퍼펙트 골드'의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지난 23일 야구 결승전에서 선발 류현진의 눈부신 투구와 이승엽의 홈런포를 앞세워 쿠바를 3-2로 따돌리고 세계 정상에 섰다. 한국이 구기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여자핸드볼 이후 16년 만이다. 한국야구가 베이징에서 극적인 금메달 드라마를 완성한 데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세계 최강팀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투타의 조화가 맞아떨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고래 심줄보다 더 세다는 김 감독의 뚝심이 한국 야구를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예선 때 한국야구위원회는 장타를 때릴 만한 외야수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심정수 양준혁 등을 데려가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내놨지만 '발야구'를 구상 중이던 김 감독은 단칼에 '노'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펼치기 위해서는 단타자이지만 발 빠른 외야수가 더 낫다는 생각이었다.

김 감독은 아시아예선에서 적응을 거쳐 지난 3월 최종 예선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류현진(21ㆍ한화)과 김광현(20ㆍSK) 두 좌투수를 향후 10년간 대표팀을 이끌 재목으로 낙점하고 '원투 펀치'로 쓰기 시작했다. 공격에서는 '쌕쌕이' 1∼2번 타자와 이승엽(32ㆍ요미우리) 이대호(26ㆍ롯데)의 한 방으로 점수를 뽑는 정공법을 펼쳤다.

그러나 올림픽 본선에서는 모든 이의 예상을 깨는 변칙 작전을 오직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13일 미국과 1차전에서 6-7로 뒤진 9회 말 무사 2루에서 동점을 위한 보내기 번트 대신 강공을 지시한 것,22일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도 2-2로 맞선 8회 무사 1루에서 역시 강공을 택하는 등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작전을 써서 모두 성공했다. 대타 작전도 마찬가지다. 미국전에서 6-7로 뒤진 9회 말 선두타자로 나온 대타 정근우의 좌선상 2루타,일본과 준결승전에 1-2로 뒤진 7회 2사 1,2루에서 터진 대타 이진영의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 등 김 감독의 강공 대타작전은 신들린 듯 맞아들어갔다.

한국팀의 '원투 펀치' 역할을 맡은 류현진과 김광현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일본과 쿠바를 맞아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금메달 획득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3월 김 감독이 두 선수를 발탁했을 때만 해도 불안감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정상급 투구를 보여줬지만 두 선수 모두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마운드의 중심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한 단계 발돋움했다.

김광현은 22일 일본과 맞붙은 준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을 6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막는 눈부신 피칭으로 팀의 6-2 승리를 견인하면서 '일본 킬러'로서 입지를 다졌다. 류현진은 결승전에서 '괴물'의 진가를 발휘했다. 체력이 떨어진 9회 말 안타에 이어 연속 볼넷을 내주며 완투를 아쉽게 놓쳤지만 최강의 쿠바 타선을 상대로 8과 3분의 1 이닝을 던져 안타 5개로 막아냈고,삼진 7개를 곁들였다.

언젠가 한방을 때려줄 것이라는 믿음과 엄청난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선 이승엽은 일본과 준결승전,쿠바와의 결승전에서 호쾌한 대포를 날리며 기대에 부응했다. 4번의 중책을 맡은 이승엽은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풀리그에서 22타수 3안타의 빈타에 허덕였다. 그런 이승엽이었기에 22일 일본전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 투런 아치를 쏘아 올린 뒤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주포의 책임감에서 흐르는 눈물은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쿠바전에서도 1회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왼쪽 펜스를 넘기는 결승 투런포를 꽂았다. '국민 타자'로 손색 없는 활약이었다.

베이징=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