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중국 경제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당분간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세를 회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고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전자.철강 `기대'와 `우려' 엇갈려' =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는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철강은 공급 과잉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국 정부가 배기가스 규제와 차량 홀짝제 등을 실시하는 바람에 영업에 일부 지장이 있었던 자동차업계는 올림픽 폐막과 함께 규제가 풀리면서 다음달부터는 '성수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수요가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의 추석처럼 '민족 대이동'이 발생하는 국경절 7일 연휴가 10월1일부터 시작돼 차량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올 하반기에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서 자동차 구매력도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자동차 업계는 올림픽을 통해 교통환경이나 여행 및 각종 비즈니스 기반이 구축되면서 자동차 산업수요가 증가한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베이징법인은 올림픽 이후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중국형 쏘나타인 NFC를 11월께 출시, 중대형 차량 시장을 공략하고 투싼과 EF쏘나타 2009년형 모델 판매도 올해 하반기에 강화하기로 했다.

딜러점 또한 작년 말 330개였던 것을 올해 말에는 430여개까지 늘리고 자동차 보증기간을 `2년 6만㎞'에서 `5년 10만㎞'로 연장해 수요층을 끌어내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전자업계는 올림픽 이후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개방화와 글로벌화로 고소득층 증가와 프리미엄 시장 활성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전략을 펼쳐온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뚜렷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고소득층에 초점을 맞춰 선택과 집중의 마케팅 전략을 펼침으로써 명품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굳힌다는 복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에 더해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강화해 경기에 관계없이 브랜드 파워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철강업계는 올림픽후 중국 경제가 그동안 양적 성장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으나 정부 거시정책 운용 능력 감안시,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고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단기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경우 올림픽 특수가 사라짐으로써 철강수요 증가가 둔화해 일반재 중심으로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으며, 한국과 동남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같은 올림픽 이후의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해 일찌감치 준비해왔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2003년 취임 초기부터 베이징 올림픽으로 급성장한 중국 철강산업이 올림픽이 끝나면 자국내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철강재를 주변국가들에 밀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견하고 중국 철강사들이 생산할 수 없는 고급 철강재 중심으로 생산 비중을 확대하도록 주문해왔다.

◇ 유통.물류.여행 '중국 시장 공격 앞으로' = 유통, 물류, 여행 등 국내 서비스 부문 업체들은 베이징 올림픽을위해 구축된 인프라와 내수 시장 확대가 매출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우리나라에서 과거 88 서울올림픽 이후 경기가 활성화한 것처럼 중국 역시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내수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소비지출도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사업의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거점도시에서 주요 부지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이마트 역시 중국에서 이미 1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 올림픽 이후 경제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주로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소비문화가 활성화하고 시장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시장 공략이 더욱 쉬워질 것으로 보고, 현재 예정된 이마트 출점 역시 더욱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 역시 올림픽을 기점으로 관광.외식.서비스업의 규모가 커지고 소비패턴 자체가 선진화해 내수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J는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주력사업인 프리미엄 식품, 외식서비스, 영화관 등 사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중국 내 우수업체와의 인수합병(M&A) 등 사업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기존 제품에 대한 광고.프로모션 등을 통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여행업계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등 대형 여행사들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 중국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극도로 부진했지만 올림픽 이후 특수로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중국팀 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행사들이 올림픽 이후 베이징 특수를 준비하는 것은 올림픽으로 교통과 숙박시설 등 인프라가 완비된데다 올림픽 시설 등이 중국 여행의 새로운 매력 요인으로 관광객들에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한국기업, 중국 진출 다양화 절실" =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 등 수출 진흥 기관들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이 한단계 성장함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기존 제조업에서 탈피해 유통, 금융, 여행 등 서비스 부문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주문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정환우 박사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내수 시장의 판도 변화에 주목해야한다.

올림픽 이후 생활 수준이 높아질 것이므로 한국 기업은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진출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팀 차장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할지를 한국 기업들이 민첩하게 알아내고 그 추세를 따라가야한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리스크 요인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물가, 임금, 원자재 값 상승과 환경규제, 중국 내 고질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계속될 것이며 기업 이윤 또한 적어지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정책 예측 능력을 키우고 준법경영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