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올림픽 금메달 못지 않은 의미 있는 동메달입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탁구대표 선수들이 나란히 수확한 단체전 동메달은 탁구계에 던지는 새로운 희망 메시지다.

탁구가 처음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대회 때 남자단식(유남규)과 여자복식(현정화-양영자)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끊겼던 금맥을 유승민(삼성생명)이 2004년 아테네대회 때 이었고 색깔이 다를 뿐 매 대회마다 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 남녀 단체전 동메달은 이전 대회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

탁구계는 지난 2004년 3월 `사라예보 신화'를 이끌었던 `탁구 대부' 천영석 전 회장이 협회 수장을 맡은 뒤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급기야 대표팀 사령탑이던 유남규와 현정화가 동반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독선적인 협회 운영과 대표 선수 기용 및 발탁에 깊이 관여하는 회장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들은 천 회장 퇴진을 위해 촛불을 켜기까지 했다.

베이징올림픽을 8개월 앞두고 발생한 초유의 사태였다.

선수들마저 일부 팀을 중심으로 대표팀의 일본 전지훈련을 거부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에 따라 올림픽 자동출전권을 얻은 유승민(삼성생명), 오상은(KT&G)과 김경아(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을 제외한 남녀 각 1명 선발이 문제였다.

선수 발탁을 놓고 회장파와 반회장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후 사령탑 공백은 해소됐지만 대표팀이 꾸려지지 않아 훈련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협회는 고육지책으로 대표선발전 한 번으로 남녀 1명씩을 뽑기로 했고 윤재영(상무)과 당예서(대한항공)가 막차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천영석 회장 퇴진을 둘러싸고 파벌싸움이 재개되면서 선수들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후보 선수 선발을 놓고 갈등이 고조돼 탁구의 올림픽 불참설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천 회장이 물러나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협회장을 맡은 뒤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다.

이어 유남규와 현정화가 지난 달 초 대표팀 코치로 복귀했다.

그러나 유남규와 현정화 코치는 선수들과 함께 한 시간은 한 달 남짓이 전부였다.

유 코치는 약한 고리인 윤재영 조련에 매달렸고 현 코치는 에이스 역할을 해줄 귀화 선수 당예서에 공을 들였다.

관중을 동원한 가상훈련까지 했다.

베이징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엔 `메달이 어렵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다.

남녀 모두 중국과 싱가포르에 막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패자전을 거쳐 동메달을 건졌다.

탁구계 내분 속에 피어난 값진 동메달인 셈이다.

유남규 코치는 "2번 시드를 놓쳐 예선이라도 통과한다는 각오였다.

한 달 중 1주를 선수 체력과 컨디션 체크에 보냈다.

초조했고 선수들에게 메달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너무 잘 싸워줬고 악조건을 딛고 얻은 단체전 메달이라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