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29.풀럼)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008-2009 시즌 개막 축포를 쏘아 올렸다.

설기현은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요크셔주 KC스타디움에서 끝난 헐시티와 2008-2009시즌 1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8분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설기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것은 레딩 유니폼을 입고 2007년 5월14일 원정경기로 치른 블랙번 로버스와 2006-2007시즌 최종 38라운드(3-3 무승부) 이후 무려 1년 3개월여 만이다.

2007-2008 시즌 풀럼으로 이적한 뒤로는 첫 골. 지난해 말 로이 호지슨 감독이 새로 부임한 이후로는 출전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해 이적 첫 시즌은 고작 12경기에 출전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 동안 풀럼에서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해 기록한 공격포인트는 지난해 9월23일 2007-2008시즌 7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홈 경기(3-3 무승부)에서 올린 도움이 유일했다.

지난 시즌 후반부터는 이적설까지 끊이지 않으며 마음 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새 시즌 첫 경기에서 득점포를 터트려 부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이날 득점은 설기현으로서는 2006-2007시즌 레딩 소속으로 기록한 4골을 포함해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5호 골이다.

풀럼은 설기현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1-2로 역전패했다.

설기현은 역전을 당한 뒤 후반 40분 레온 안드레아센과 교체됐다.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설기현은 이날 4-4-2 포메이션에서 보비 자모라와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설기현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 왼쪽 페널티지역으로 공을 몰고가 중앙으로 찔러주는 등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풀럼은 전반 3분 헐시티 지오반니와 이언 애시비의 두 차례 결정적 슈팅을 골키퍼 마크 슈워처와 수비수의 선방으로 가까스로 막아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기를 넘긴 뒤 설기현이 선제골을 뽑았다.

지미 불라드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설기현이 문전에서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오른손을 쭉 뻗으며 몸을 던져봤지만 소용 없었다.

기분 좋은 시즌 첫 골 맛을 본 설기현은 1분 뒤 아크 정면에서 왼발 터닝슛을 날려봤지만 이번에는 골문을 벗어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해 1904년 팀 창단 이후 104년 만에 처음으로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게 된 헐시티도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았다.

전반 22분 지오반니가 풀럼 미드필드 진영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아크 정면 쪽으로 몰고 가다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그물을 출렁여 균형을 되찾았다.

설기현은 전반 35분과 44분 잇따라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댔지만 추가 득점은 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승부를 가른 것은 풀럼의 결정적 수비 실수였다.

후반 36분 미드필드 진영에서 넘어온 공을 왼쪽 풀백 폴 콘체스키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크레이그 파간에게 빼앗겼고, 파간의 패스를 받은 칼렙 폴란이 골 지역 정면에서 차분하게 오른발로 차넣어 승부를 갈랐다.

헐시티 구단 역사에 길이 남을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일군 결승골이었다.

호지슨 풀럼 감독은 후반 40분 설기현과 대니 머피를 빼고 안드레아센과 에릭 네블란드를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전세를 다시 뒤집지는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