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가 르네상스를 열며 효자 종목으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한국은 지난 13일 남자 역도 77kg급 사재혁(23.강원도청)이 16년 동안 겪어오던 올림픽 금메달 가뭄을 해갈한 데 이어 장미란(25.고양시청)이 16일 다시 한번 금빛 바벨을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룩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전병관(현 대표팀 상비군 감독)이 금메달을 딴 이후 한 대회에서 금메달이 두 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여자 53kg급에서 윤진희(22.한국체대)도 부쩍 향상된 기량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로 올림픽 역도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냈다.

입상은 비록 못했지만 남자 62kg급 지훈민(24.고양시청)과 여자 48kg급 임정화(22.울산시청), 63kg급 김수경(23.제주도청) 등도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 역시 2회 연속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부상 투혼으로, 김광훈(26.상무)은 사재혁의 금메달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하며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효자 종목으로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한국 역도는 바르셀로나 대회 때 전병관의 금메달을 제외하고 그동안 우승 소식이 전혀 없어 노력한 대가치고는 타 종목보다 관심을 덜 받았다.

역도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김성집의 미들급 동메달이 처음이었고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도 김성집이 다시 미들급에서 동메달을 땄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김창희가 라이트급 동메달로 메달 획득을 이은 데 이어 1988년에는 전병관과 이형근이 은메달,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전병관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한국 역도는 전성기를 꽃피우는 듯 했지만 1996년 애틀랜타에서는 전병관이 올림픽 2연패 도전에 실패하고 '아시아의 역사' 김태현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다시 심각한 가뭄이 시작됐다.

김순희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75㎏급 메달 획득이 유력했지만 지나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했고 이배영도 경험 부족과 판단 실수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4년 만에 재기를 노린 한국 역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이배영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이 남녀 동반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끊어진 메달 맥을 다시 이었다.

이후 전체 대표팀 실력이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윤진희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사재혁, 장미란의 잇따른 금메달 소식으로 그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베이징=연합뉴스)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