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인통산 최다인 1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일까.

영국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 인터넷판에서 2008베이징올림픽 최고스타로 떠오른 펠프스를 비롯해 역대 올림픽 스타플레이어들을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꾸몄다.

◇왜 지금 펠프스인가

펠프스는 13일 베이징 국가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200m 결승에서 세계신기록인 1분52초03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남자 계영 800m 결승에서도 첫번째 영자로 출전했고, 미국 대표팀은 6분58초56으로 기존 세계 기록(7분03초24)을 갈아치우며 우승했다.

4년 전 아테네 대회에서 6관왕에 오른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혼영 400m, 계영 400m, 자유형 200m에 이어 이날 2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올림픽 통산 11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112년 올림픽 역사상 아무도 이룩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기록. 그동안 개인 역대 통산 최다 금메달은 9개다.

펠프스는 12일 자유형 200m 금메달을 따면서 체조 라리사 라티니나(옛 소련), 육상 파보 누르미(핀란드), 수영 마크 스피츠, 육상 칼 루이스(이상 미국. 金 9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이날 두 개를 추가하면서 올림픽 역사를 새로 창조했다.

◇다른 종목과 단순비교 가능한가

육상이나 체조 등 수영이 아닌 다른 종목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은 위대한 선수들과 펠프스의 금메달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온당할까.

물론 금메달 숫자로만 놓고 보면 11개를 딴 펠프스가 가장 위대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칼 루이스를 비롯한 4명의 선수들도 9개의 금메달을 땄고, 금메달 8개를 목에 건 선수도 8명이나 되며 59명의 선수들이 최소한 5관왕 이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수영은 육상과 함께 올림픽에서 가장 대표적인 메달밭.
10개 중 하나꼴로 금메달(전체 302개중 34개)이 나오는 상황에서 펠프스에게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수영 선수의 생명이 비교적 짧다는 점에서 펠프스의 업적은 112년 역사상 최고라는 의견도 더불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헝가리의 전설적인 검객 알라다르 게레비치는 펜싱 사브르에서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1932년 LA올림픽부터 1960년 로마올림픽까지 약 30년간 올림픽에 계속 출전할 수 있었다.

독일의 '카누 여왕' 비르기트 피셔도 8개의 금메달을 땄지만 6번이나 올림픽에 연속으로 참가했다.

반면 지난 대회까지 수영의 절대강자였던 '인간 어뢰' 이안 소프(호주)는 겨우 2개 대회에 출전,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다관왕이면 가장 위대한 선수?

올림픽 종목에서 단순히 금메달을 많이 땄다는 이유로 가장 위대한 선수로 호명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위대한 선수가 단순히 메달을 많이 딴 선수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히틀러 체제 하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흑백 차별을 딛고 육상 4관왕에 오른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육상 선수 제시 오웬스는 올림픽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추앙된다.

또 여자 육상 선수 중 유일한 올림픽 4관왕으로 남아있는 파니 블랑커스 코엔도 가장 위대한 선수의 강력한 후보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100m, 200m, 400m계주, 80m허들 등 4종목을 휩쓴 코엔은 지난 1999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의해 칼 루이스(미국)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남녀 육상 선수'로 선정된 바 있다.

오웬스나 코엔은 각각 흑인,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그 시대의 '벽'을 넘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연합뉴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