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를 배우고 싶다"

일본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 야마모토 히로시(46.일본체대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2년이면 그의 나이 만 50세다.

대학 3학년이던 1984년 LA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0년 만인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20년 걸려 동메달을 은메달을 바꿨습니다. 지금부터 20년 걸려 금메달을 따겠습니다"라는 말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됐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조만간 일본에 돌아가 작은 규모의 대회부터 출전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그는 양궁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베이징에는 니혼TV 캐스터 자격으로 왔다.

양궁 뿐만 아니라 낮에는 유도와 역도, 밤에는 배구와 농구 중계에도 참가한다.

일본체대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한 야마모토는 역도 등 종목의 필기.실기시험도 통과했다.

강의와 방송 일을 끝낸 뒤 저녁에는 양궁 연습을 하고 있다.

일본에는 양궁 선수가 한국의 10배인 1만5천여 명에 이르지만 모두 야마모토처럼 생업과 양궁을 병행하는 이들 뿐이다.

야마모토는 한국의 양궁 환경을 부러워했다.

그는 "일본은 양궁 수준이 낮다. 선수들이 활만 쏴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올림픽 양궁에서 메달을 따도 금메달은 300만엔(약 3천만원), 은메달은 200만엔씩 포상금을 줄 뿐이고, 연금도 없다.

포상금이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야마모토에 따르면 일본은 앞으로 일부 선수들에게나마 한국식 엘리트 스포츠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양궁 선수 10∼15명은 활만 쏴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부러움 속에는 비판의 칼도 숨겨져 있었다.

"한국에는 엘리트 선수는 많지만 양궁을 즐기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올림픽이 지나면 양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한국의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필드아처리'를 도입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일반인도 쏘기 쉬운 활을 가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목표물을 맞추는 게임이다.

골프처럼 대중성이 있는 이 경기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은 한국식 엘리트 스포츠를 도입할 테니 한국은 일본식 생활 스포츠를 도입하는 게 어떠냐"는 게 야마모토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얘기한 핵심이었다.

또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양궁이 좋아 30여년간 활을 쏜 그가 15일 열리는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 대한 관심이 없을 리 없었다.

그는 "이번엔 임동현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임동현(22.한국체대)의 컨디션은 역대 최고라는 것이다.

이 말을 할 때 야마모토의 표정은 24년 양궁 후배가 아니라 일정 경지에 올라선 타국 경쟁 선수를 대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베이징=연합뉴스)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