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냐오차오(鳥巢ㆍ새둥지란 뜻)에서 남서쪽으로 차를 30분 달리면 나오는 수도박물관.이곳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해외에 첫선 보이는 그리스 시대 유물이 관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하지만 무려 1800여점의 중국 유물들이 이를 압도하는 분위기라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중국 전역에 있는 70여개 지방 박물관에서 보내 온 도자기 그림 등 최고 수준의 유물들로 한나라 때의 유물인 마왕퇴 한묘(漢墓) 1호분에서 발굴된 T자 형의 비단 그림도 전시돼 있다. 중국은 국가 1급 유물이 전시 작품의 20% 이상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건국 이래 처음으로 완화하면서까지 이 전시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과학올림픽 녹색올림픽과 함께 베이징올림픽의 3대 테마로 정한 '인문(人文) 올림픽'의 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문화 올림픽을 통해 싸구려 저급 제품을 수출하는 국가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베이징 순이구에 있는 중국국제전람중심에선 지난 12일 중국을 비롯 세계 40여개국에서 온 300명의 화가들이 붓을 들고 하얀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장관이 연출됐다. 황용위 판정 등 중국 화가를 포함한 40여개 국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 800여점을 전시 중인 '2008 올림픽 미술대회' 행사의 하나로 치러진 것.중국미술관에서도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제 예술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올림픽을 예술과 연계시키는 것은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 올림픽 경기의 창시자 쿠베르탱의 의지에 따라 올림픽기간 중 예술 전시회가 함께 열리게 된 것.그러나 지나친 상업주의가 올림픽의 아마추어리즘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1948년 런던올림픽 이후로 스포츠와 예술의 만남은 중단됐다. 그러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재개됐고 2008 올림픽 미술대회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올림픽에 비해 유난히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미술품과 공예품 등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베이징에서만 300회 이상 개최되고 문화 공연도 올림픽기간 중 2000회 이상 열린다. 베이징의 화랑들이 밀집한 예술구인 '798'을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올 들어 예술구 내 도로를 재정비하고 올림픽에 맞춰 장내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브랜드 차이나'로의 변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