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러시아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

한 마디 도발에 여자 장대높이뛰기 지존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가 화났다.

그의 화를 돋운 이는 제니퍼 스터크진스키(26.미국). 떠오르는 별인 그는 러시아, 즉 이신바예바의 엉덩이를 걷어차기 위해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다고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자신의 최고 기록은 4m92로 이신바예바의 세계기록(5m3)에는 11㎝ 모자란다.

객관적인 실력은 아직 부족하나 그는 "올림픽에서 이신바예바의 영광을 빼앗아 '러시아의 엉덩이를 걷어차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키 183㎝, 몸무게 64㎏인 스터크진스키는 만능 스포츠우먼이다.

6살 때 아빠 손에 이끌려 소프트볼을 시작한 그는 9세 때는 할아버지와 골프 경기를 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

미국 선수치고 2-3 종목 이상 안 하는 선수가 없지만 스터크진스키는 뭐든지 잘 했다.

뉴욕 프레도니아 고교 시절에는 소프트볼, 농구, 축구, 육상을 섭렵했고 2000년 뉴욕주 근대 5종경기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로버츠 웨슬리언 대학에 진학한 이후 농구와 육상에 전념했고 특히 농구선수로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2003-2004 시즌 경기당 평균 24.3점을 넣고 리바운드는 6.7개나 잡아냈다.

대학 재학 중 넣은 1천819점은 이 대학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이다.

육상도 닥치는 대로 다 뛰었다.

100m와 400m 트랙은 물론 창던지기, 높이뛰기 등 필드 종목에서도 로버츠 웨슬리언 대학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다 2004년 장대높이 뛰기에 입문했다.

2005년 4m20을 넘었고 4m66(2006년)-4m88(2007년)-4m92(2008년)로 기록은 해마다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그가 온갖 종목을 다 뛴 데는 모든 스포츠에 지대한 관심을 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장대높이뛰기를 시작한 이유가 '아버지가 이 종목을 잘 몰라서'라는 얘기가 돌 정도로 스포츠를 사랑하는 별종 부녀다.

만능선수였고 종목마다 괜찮은 성적을 남겼기에 장대높이뛰기에서도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은 충만하다.

세계기록을 23차례나 갈아치웠고 8차례나 실내.실외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한 이신바예바로서는 이런 스터크진스키가 가소로운 지경이나 거듭된 도발에 신경이 거슬리는 모양이다.

'러시아 엉덩이..' 발언을 처음 접했던 지난달 이신바예바는 모나코 국제육상경기연맹 대회에서 5m3의 세계신기록을 작성, 말하지 않도고 실력으로 스터크진스키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감정이 썩 좋았던 건 아니었다.

그는 11일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스터크진스키가 지난달 미국대표선발전에서 4m92를 뛰었을 때 모든 이가 '이신바예바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새로운 스타가 생겼다'고 외쳤다.

이 말에 무척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나서 다시 행복해졌다"며 스터크진스키는 아직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신바예바의 독주로 끝날 것 같던 여자 장대높이뛰기 전쟁은 '별종' 스터크진스키의 출현으로 재미있는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베이징=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