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7일 박태환(19.단국대)이 태릉선수촌 재입촌을 결정하면서 말레이시아 전지훈련 중이던 수영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노민상 총감독은 눈앞이 캄캄했다.

1년2개월 만에 자신의 품으로 돌아온 제자의 기초 체력과 유연성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었던 것. 장거리 선수에게 필수인 지구력도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박태환은 1m 길이의 끈을 두 손으로 잡고 머리 위를 지나 등까지 넘기는 유연성 테스트도 힘겨워했다.

올림픽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노민상 감독은 송홍선 박사와 함께 작성한 24주 훈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물론 금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지만 노 감독은 꾹 참고 프로그램에 따라 조련을 시작했다.

지구력 향상 프로그램인 EN1, EN2, EN3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EN1은 유산소 헤엄이 많이 가미된 기초지구력 훈련이고, 특수 지구력을 가다듬는 EN3는 무산소 훈련의 성격을 띈다.

숫자가 커질 수록 훈련은 힘들어진다.

아무 준비도 안돼 있던 선수에게 힘든 훈련부터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4주의 기초지구력 훈련에서는 'EN1-EN2-EN3-스피드'의 비율이 60-20-10-10이었다.

천천히 오랫동안 헤엄치게 함으로써 거리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데 중점을 둔 것.
어느 정도 지구력이 몸에 붙자 3월24일부터 4월 중순까지는 특정 지구력에 들어갔다.

비율은 40-35-15-10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훈련 거리는 하루 평균 1만7천m 정도로 줄지 않았다.

박태환이 4월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연거푸 아시아신기록을 내자 노 감독은 제자에게 사흘간 외박을 줬다.

휴식을 너무 달콤하게 취한 탓인지 박태환은 태릉 복귀 이후 감기 몸살로 컨디션 난조에 빠졌다.

다시 기초지구력을 2주간 실시했고, 선수가 정상을 되찾자 4주의 특정 지구력 훈련을 다시 실시했다.

괌에서 2주간 전지훈련이 큰 효과를 봤다.

지구력 훈련이 마무리된 때는 6월 중순이었다.

스텝테스트를 통해 어느 정도 지구력이 올라왔음을 점검한 노 감독은 이 때부터 기록 단축을 위한 본격적인 스피드 훈련에 들어갔다.

그래도 지구력 훈련을 쉴 수는 없었다.

비율은 '40-30-15-15'로 맞췄다.

7월19일까지 실시한 스피드 훈련 막판 노 감독은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큰 일을 낼 것을 알아챘다.

50m 구간 기록이지만 자유형 400m를 뛴다고 가정하고 합산해보니 자신의 기록을 훌쩍 앞당기는 것이었다.

형편없는 몸 상태를 지니고 훈련을 시작한 제자가 몇 달 만에 예전보다 더 좋은 상태가 됐다는 것이 대견스러울 뿐이었다.

올림픽 개막 20일 전인 7월21일부터 1, 2차에 나눠 조정기에 들어간 노 감독은 훈련량을 하루 평균 1만6천∼1만7천m에서 6천m까지 줄이며 체력을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노민상 감독은 24주의 훈련 프로그램을 모두 A4용지 10여장에 그래프를 이용해 일지로 기록했고, 이를 모두 이어붙여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금메달을 만들어낸 프로젝트인 만큼 'X파일'이라 불린 이 프로그램 그래프와 일지는 노 감독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 돼 버렸다.

(베이징=연합뉴스) min7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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