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억달러가 투입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키워드는 '중화의 부활'이었다. 베일 속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장이머우 감독의 개막 공연 '아름다운 올림픽(美麗的奧林匹克)',개막식이 열린 냐오차오(올림픽 주경기장) 위를 수놓은 불꽃과 조명으로 만들어 낸 용과 봉황의 비상,영어 알파벳이 아닌 한자 획순으로 입장한 각국 선수들.냐오차오 안엔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中華)'가,베이징 하늘엔 중국의 불인 '중화(中火)'가 타올랐다. 240분간 진행된 개막식에서의 세계는 중국을 정점으로 한 '중화의 세상'이었다.

중국 소수 민족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식전 행사가 끝난 오후 7시56분 개막식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8시 정각 오륜기와 오성홍기가 입장하고 냐오차오에선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들아! 우리들의 피와 살로 새로운 장성(長城)을 쌓자"는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베이징시 27개 지역에서 엄청난 포성 속에 하늘로 치솟은 폭죽은 '2008개의 미소' 등 형형색색의 모습을 나타내며 베이징 밤하늘을 밝혔다.

이어진 장이머우 감독의 개막식 공연은 5000년의 중국 역사를 담은 대서사시였다.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이 공연은 '찬란한 문명'과 '휘황찬란한 시대'로 나뉘어 진행됐다. 진나라 병마용 복장을 한 병사와 한나라의 선비,중국 소림사의 무인들과 산수화,중국의 3대 발명품인 화약 나침반 종이에 이르기까지 강성했던 중국의 상징물들이 순간 순간 바뀌며 등장했다. 1만5000명의 인원과 환상적인 조명으로 때론 박진감 넘치게,때론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공연은 엄청난 규모의 현대적 건물과 유인 우주선 등 발전한 중국의 현재 모습으로 이어졌다. '강한성당(强漢盛唐:강력한 한나라와 번성한 당나라)의 부활'이라는 꿈이 공연 전체를 관통했다. 중국이 제국의 멸망과 고된 혁명,가난의 고통을 이겨 냈으며 올림픽을 통해 이제 다시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가 살아 꿈틀거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인 80여명의 정상들 앞에서 올림픽 개회를 선언했다. 냐오차오는 물론 베이징 시내에선 함성이 울려퍼졌다. 마지막 행사로 올림픽 성화에 불이 붙는 순간 인류 최대의 토목 건축물이라는 만리장성에서 터진 축포는 또다시 베이징 밤하늘을 밝혔다.

이번 개막식 행사는 "세계무대의 중심에서 슈퍼 파워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는 중국의 '커밍아웃 파티'"(AFP통신)라는 평가다. 커밍아웃이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말한다.

베이징 시내 32곳에서 폭죽이 터진 것은 31개 성 및 특별 자치구에 중국 전체를 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뜻이다. 불꽃놀이는 설날이나 결혼식 등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터뜨리는 중국인의 생활 문화다. 특히 중국인들이 길조로 여기는 용과 봉황을 비롯 2008개의 웃는 얼굴은 2008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행운이 가득하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쳰 박사는 "4만2000m의 철근으로 만들어진 냐오차오 안에서 1만5000명이 동원돼 펼쳐진 중국 역사의 파노라마에서 '중국의 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