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미국 갈꺼야?"

4일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제패한 신지애(20.하이마트)가 국내 무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기자들은 물론 선수, 선수 부모들까지 한결같이 '언제 미국 가냐'고 물었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나 줄리 잉스터(미국) 등은 신지애를 만날 때마다 "왜 미국에서 뛰지 않느냐"며 "빨리 건너오라"고 재촉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신지애는 한국에서는 상대가 없는 '지존'으로 3년째 군림하면서 틈틈이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상위권에 자주 입상하는 등 충분히 통하는 기량을 인정받았다.

데뷔 첫해 상금왕과 신인왕 등을 석권한 신지애는 이듬해인 2007년에는 아예 한국여자프로골프를 독무대로 만들었다.

8개 대회에 출전, 9개의 우승컵을 차지한 신지애는 6억7천450만원의 상금을 벌어 2년만에 통산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신지애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았던 것은 새로 도입된 세계랭킹 제도가 한몫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가 세계랭킹을 인정받게 되면서 신지애는 세계 무대에 얼굴을 알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또 LPGA투어가 한국 랭킹 상위 선수들에게 메이저대회 출전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도 신지애가 '월드 클래스'로 발돋움하도록 도왔다.

이런 저런 경로로 LPGA투어 대회에 나선 신지애는 '국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7개 대회에서 '톱10' 2차례에 입상하며 한번도 컷오프없이 34만6천달러의 상금을 챙겼다.

LPGA투어 멤버였다면 상금랭킹 40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상금 액수가 신지애보다 많은 선수 가운데 13개 대회를 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제외한 38명은 모두 20개가 넘는 대회를 출전했다.

신지애는 올해도 이미 5개 대회에서 20만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 들였다.

장타력과 아이언샷 구사 능력은 오초아에 못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그린보다 단단하고 빠른 미국 그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전념한다면 해결될 문제였다.

이런 신지애가 미국 진출을 미룬 것은 한국 상금왕 3연패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은 어린 동생들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다지려는 생각에서다.

국내 무대 평정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애초 목표를 충족시킨 신지애의 눈은 이제 세계랭킹 1위에 맞춰져 있다.

박세리조차 올라보지 못한 '월드넘버원'이 신지애가 꿈꿔온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지애는 내년부터 미국 무대로 진출할 계획이다.

고대하던 첫 우승을 따냈기에 여유가 생긴 신지애는 또 하반기에 미국 대회 출전 기회를 추가로 만들어 적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지애의 거침없이 행보가 한국 골프팬들의 눈길을 사로 잡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