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화호가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만날 이탈리아의 '가상 상대' 호주를 꺾고 세 차례 평가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메달의 기대감을 높였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31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호주 올림픽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전반 24분 신영록(수원)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며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대표팀은 지난 16일 과테말라(2-1승)와 27일 코트디부아르전(2-1승)에 이어 호주까지 꺾어 평가전 3연승으로 지난해 8월 첫 출항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행진(6승4무.9골3실)을 내달리며 메달 확보를 향한 준비를 마쳤다.

짜임새가 어느 정도 갖춰진 공격에 비해 수비라인의 조직력은 여전히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박성화 감독은 박주영(서울)-신영록(수원) 투톱을 정점으로 좌우에 백지훈(수원)과 이청용(서울)을 포진해 호주의 측면 수비라인을 깨는데 주력했다.

또 국내 마지막 평가전인 만큼 포백(4-back)에 그동안 출전시간이 적었던 '골 넣는 수비수' 김근환(경희대)과 김창수(부산)를 중앙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하지만 중앙 수비를 맡은 김진규(서울)와 김근환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았을 뿐 아니라 김진규가 경기 초반부터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 지나친 항의로 옐로카드를 받고 위축된 플레이를 펼치면서 수비 뒷 공간을 노리고 들어온 호주의 공격에 허점을 보이고 말았다.

전반 19분에는 김진규가 후방에서 날아온 볼을 오프사이드라고 스스로 판단, 쇄도하던 공격수를 놓치면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내주는 치명적인 실수도 나왔다.

위태로운 수비에 힘을 준 것은 공격라인이었다.

전반 9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신영록의 멋진 왼발슛을 시작으로 전반 12분 박주영의 예리한 슛이 골키퍼 손끝에 걸리는 등 공격진들은 활발한 공격으로 호주의 골문을 노렸다.

특히 박주영은 왼쪽 날개로 나선 백지훈(수원)과 유기적으로 자리를 바꿔가며 돌파와 볼 배급 역할을 수행해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첫 골은 한국의 몫이었다.

전반 24분 박주영이 아크 정면에서 슬쩍 밀어준 볼을 김정우(성남)가 잡아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와 맞서는 순간 볼이 흘러나왔다.

이 때 김정우와 함께 뛰어들어간 신영록이 페널티지역 중앙 부근에서 재빨리 볼을 잡아 바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호주의 오른쪽 골 그물을 흔들었다.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터트린 신영록의 첫 골.
박성화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중앙 수비 김근환을 빼고 강민수(전북)를 투입하고, 오른쪽 풀백 김창수를 신광훈(전북)으로 대체하면서 수비 강화에 나섰다.

포백이 안정을 찾자 공격진이 또 한번 신바람을 냈다.

후반 13분 박주영은 후방에서 날아온 볼을 잡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회심의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 손끝을 맞고 나왔고, 연이은 코너킥 상황에서 김동진(제니트)의 헤딩은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또 백지훈이 후반 20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강한 슛은 번쩍 뛰어오른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추가골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3분 뒤 호주의 슛이 골대 오른쪽을 맞고 나오는 위급한 상황에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박성화 감독은 후반 25분 이청용 대신 이근호를 투입, 갈비뼈 연골을 다쳐 전열에서 빠진 측면 미드필더 김승용(광주)의 대체요원으로 사용했고, 조영철(요코하마FC)을 김정우와 바꾸면서 백지훈을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용해보는 등 다양한 전술 실험을 이어 갔다.

이근호는 후반 종료직전 하프라인부터 단독질주, 골키퍼까지 제치고 오른발 슛을 때렸지만 골대를 지킨 수비수의 몸을 날린 육탄방어에 막히며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호주전을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세 차례 평가전 일정을 모두 끝낸 대표팀은 3일 올림픽 본선이 치러질 중국 친황다오(秦皇島)로 출발한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