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한국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일본 음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시'다. 김치와 스시는 모두 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치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에,스시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베이징올림픽은 '푸얼차'를 세계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중국 최대 차(茶)업체인 룽룬그룹은 고급 푸얼차 5000세트를 베이징올림픽 기념 음료로 판매 중이다. 올림픽 음료부문 후원사인 코카콜라와 손을 잡았다. 푸얼차를 코카콜라와 같은 세계인의 음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베이징올림픽은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 진출의 열쇠를 쥔 것과 같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제경제연구실 장옌성 주임).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기 위해 뛰는 대표적 업체는 스포츠 용품회사인 리닝을 꼽을 수 있다.

중국에서 전설적 체조선수로 통하는 리닝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6억3000만달러다. 전체 매출의 99%를 중국 시장에서 달성,아직까지는 국내용 회사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리닝은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탁구단,수단 육상선수,스웨덴 올림픽 사절단 등을 후원한다. 리닝의 장지룽 대표는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아디다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 최대 가죽신발 회사인 아오캉은 올림픽 피혁제품 공급 업체 자격을 따냈다. 지난해 인도 미국 홍콩 등에 지사도 설립했다. 올림픽을 활용한 세계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레바데와 제휴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우시의 양말업체 몽나 역시 올림픽을 통한 세계화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양말 공급 업체로 등록했다. 미국 양말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몽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독일어 영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한국어권까지 커버하는 해외 영업팀도 구성했다.

중국의 대표적 전통 브랜드로,오리전문점인 취안쥐더(全聚德)는 중국판 맥도날드를 꿈꾸고 있다. 현재 각 점포별로 약간씩 다른 조리법을 표준화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에게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작년 선전 증시 상장에 이어 해외 증시 상장도 노리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제약업체인 통런당(同仁堂)은 허치슨그룹과 설립한 약품개발 회사를 이용,중국 전통약품의 세계화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기업들이 올림픽을 통한 세계화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레노버 신화가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중국의 컴퓨터업체 레노버는 시드니올림픽 후원사가 됐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도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레노버는 올림픽 후원사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그해 IBM의 PC부문을 인수,세계 3위의 PC업체로 도약했다.

중국 창청증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글로벌화하는 데 최대 걸림돌인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올림픽을 통해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해외 영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M&A(인수ㆍ합병)를 좀 더 원활하게 만들어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기업들의 세계화 전략을 적극 후원하고 있다. 베이징 첸먼다제에 청나라 말기의 상업거리를 복원한 것은 올림픽을 통해 전통 브랜드를 국제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올초 런던 증시에 상장한 중국 회사를 현재 74개에서 올림픽 이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