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가니 '물건'된 최나연
"1등이라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바보같이 긴장했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총상금 325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세 차례의 연장 접전 끝에 헬렌 알프레드손(43.스웨덴)에게 우승컵을 내준 최나연(21.SK텔레콤)은 경기를 마친 후 이같이 아쉬움을 털어놨다. 13번홀을 마칠 때만 해도 4타차 선두를 달렸으나 막판 15, 16번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하며 연장을 허용한 데 대한 자책이다.

최나연은 "15번홀에서 스코어보드가 보였다. 그 전에는 일부러 보지 않고 있었다. 1등이라는 것을 알고 그때부터 바보같이 많이 긴장했다. 연거푸 보기를 할 때는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오늘 플레이가 너무 좋았는데…"라고 말했다.

우승은 못 했지만 최나연은 최종일 13번홀까지 버디 9개,보기 1개로 8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하며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20위를 기록해 간신히 조건부 출전권을 획득, 미국 무대에 데뷔한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초 대기순번 4번을 받은 최나연은 빈 자리가 생겨야만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처지였으나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세 차례 '톱10'에 진입하며 출전 기회를 확대해갔고 하반기에는 전 경기 출전 자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17개 대회에 출전, 커트 탈락 한 번 없이 '톱10'에 여덟 차례나 드는 발군의 기량을 보인 덕이다. 상금도 이미 94만1814달러를 획득해 랭킹 8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 이선화에 이어 세 번째다.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국내 프로대회 ADT-CAPS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프로로 전향한 최나연은 국내에서 3승을 거뒀다.

물 건너가니 '물건'된 최나연
최나연은 미 진출 이후 샷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회 평균 스코어가 71.72타였으나 올해 미국에서는 70.52타로 낮아졌다. 퍼팅 수도 지난해 30.79개에서 올해 29.74개로 줄였다. 특히 버디를 많이 잡아내고 있다. 총 64라운드에서 250개의 버디를 낚아 라운드당 평균 3.91개로 미 투어 내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라운드당 언더파에서도 64라운드 가운데 42라운드(66%)를 언더파로 마쳐 폴라 크리머(미국)와 공동선두다.

최나연은 신인상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 2위를 차지한 데 힘입어 신인상 포인트 총 945점을 획득, 맥도날드LPGA챔피언십 우승자인 청야니(대만)를 9점차로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최나연은 "루키로서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씩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노력하겠다. 다음 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