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박성화호에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김동진(26.제니트)-김정우(26.성남)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와일드카드는 세 명까지 쓸 수 있다.

하지만 박성화 감독은 각각 수비와 중원 보강을 위해 김동진, 김정우 둘만 선택했다.

김동진과 김정우는 2004 아테네올림픽 8강 멤버다.

현 대표팀 중 2회 연속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는 선수는 둘 뿐이다.

아테네 대회 때 김동진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2-2 무승부), 김정우는 멕시코와 2차전(1-0 승) 에서 골 맛까지 보면서 8강행에 밑거름이 됐다.

4년 전 쟁쟁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둘은 이제 팀의 맏형으로 다시 올림픽에 참가한다.

역대 종합대회에서 와일드카드가 기대만큼 팀에 큰 힘이 돼주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인지 김동진과 김정우의 어깨는 무겁다.

하지만 이들의 기량과 경험은 박성화호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하다.

김정우는 지난 7일 대표팀 소집 때부터 후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진은 최종엔트리 18명이 확정, 발표된 지난 21일부터 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은 넉넉지 않지만 갈수록 팀에 녹아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박성화호는 27일 아프리카 신흥강호 코트디부아르와 친선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와일드카드까지 합류한 정예 멤버로 치른 첫 평가전이었다.

김동진은 왼쪽 풀백으로 풀타임을 뛰었고, 김정우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교체됐다.

김동진은 포백 수비라인을 이끌면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적극 가담하며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근호(대구)의 결승골까지 도왔다.

강영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김동진이 들어오면서 왼쪽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

막내 기성용(서울)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김정우는 상대 포백 수비라인을 흐트러뜨릴 수 있도록 좌.우 공간으로 전개하는 패스 연결이 보기 좋았다.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 가능한 김정우이지만 이날은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압박하는 수비 임무에 더 주력했다.

박성화 감독은 28일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대표팀의 회복훈련을 이끈 뒤 "와일드카드 선수들은 잘 하고 있다"면서 "김동진은 팀 합류 후 첫 경기였는데 전술적인 흐름을 무리없이 소화했다.

기동력을 살려 도움까지 올렸다"고 칭찬했다.

김정우에 대해서도 "공.수에서 연결을 잘 해줬다.

동계훈련을 많이 못해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어제 사실상 풀타임을 뛰면서 이 문제도 해결했다고 본다"면서 "와일드카드들이 아주 헌신적이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김동진은 "선수들이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제 승리로 분위기도 밝다"면서 "후배들이 많이 도와줘 첫 경기 치고는 무난히 치렀다.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들어온 만큼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축구가 모처럼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파주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