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8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비운의 스프린터' 멀린 오티(48.슬로베니아)의 꿈이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로이터통신과 영국 공영방송 BBC 인터넷판은 23일 오티가 슬로베니아 마리보에서 열린 슬로베니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00m 결승에서 11초60으로 2위로 골인했지만 올림픽 A 기준기록(11초32)에 100분의 28초 뒤졌다고 전했다.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는 마지막 찬스를 놓치면서 오티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부터 이어오던 대회 연속출전 기록을 '7'에서 마감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홈페이지에 따르면 슬로베니아에서는 피아 타니카가 100m에서 11초35로 가장 빠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미 올림픽 B 기준기록(11초42)을 통과했기에 오티가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으려면 타니카보다 빠른 기록을 내거나 A 기준기록을 넘어야 했다.

육상대회 관계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오티가 바람을 안고 달려 기록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단거리 선수로 이미 환갑을 넘은 나이지만 현역을 지키고 있는 오티는 '비운의 여왕'으로 통한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14개의 메달을 수집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정작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3개, 동메달만 6개 목에 걸었을 뿐 금메달을 한 번도 따지 못해 붙은 별명이다.

그는 역대 여자 육상 선수 중 가장 많은 메달을 모았지만 금메달이 빠진 아쉬움을 안고 살아왔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2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린 오티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100m와 200m에서 역시 동메달을 수확했다.

오티는 1991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1993년 슈투트가르트 와 1995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회 연속 200m를 제패하면서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으나 이듬해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지독한 불운을 맛본다.

그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100m 결승에서 개일 디버스(미국)와 10초94로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사진 판독으로 1,000분의 1초까지 따진 결과 디버스의 상체가 더 먼저 들어왔다는 판정을 받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디버스는 10초932, 오티는 10초937였다.

200m에서는 마리 조세 페렉에게 영광을 내줬다.

오티는 당시 400m 계주에서는 미국-바하마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오티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역대 최고령 여자 육상 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세운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02년 슬로베니아 시민권을 취득하고 2004년 슬로베니아 대표로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한 오티는 현재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 체류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 100m에서 11초34를 뛴 그는 지난해에는 11초56, 올해는 11초60으로 점점 기록이 떨어지고 있지만 은퇴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의 코치인 조르제비치는 "오티는 계속 뛸 것이다.

앞으로도 큰 대회에 출전할 예정으로 그는 여전히 빨리 뛸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