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16일 민간인과 경찰관을 잇달아 폭행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정수근(31)에 대해 임의탈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롯데는 이날 새벽 일어난 정수근 사건을 접한 뒤 오후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고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팀의 주장으로서 모범이 돼야 할 선수가 도리어 팬들을 실망시켰다.

엄벌백계로 다스릴 필요성을 느껴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 같은 롯데의 신청을 받아들여 17일 정수근에 대한 임의탈퇴를 공시할 예정이다.

공시가 되면 정수근은 1년간 프로야구에서 뛸 수 없고 연봉 또한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선수 인생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정수근은 이날 새벽 만취한 상태에서 경비원과 다툼을 벌인 뒤 지구대에서 경찰을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부산 남부경찰서에 입건됐고 오전 중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롯데는 현재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정수근이 공인의 신분을 망각하고 폭행 사건에 연루돼 팀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팀 분위기를 저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롯데 구단은 정수근이 롯데 유니폼을 입은 후 비슷한 사건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는 사실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시절이던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도중 현지에서 폭력사건을 일으켜 벌금형을 받은 정수근은 롯데로 이적한 2004년에는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KBO로부터 벌금 500만원과 무기한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다가 21경기 만에 징계가 해제됐다.

이미 두 차례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불구, 정수근이 개전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또 한번 팬들을 실망시키자 롯데가 급기야 칼을 빼들었다.

이상구 롯데 단장은 "낮에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만나 들은 의견을 토대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임의탈퇴를 결정했다.

200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른 게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상구 단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나 롯데라는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도 야구인의 품위를 현저히 떨어뜨린 정수근에 대해 구속여부와 롯데의 징계여부를 떠나 엄벌할 방침이다.

야구규약 147조 2항에는 '감독.코치.선수.직원 등이 경기 외적인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될 경우, 총재는 영구 또는 기한부 실격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006년 부임 이후 경기 중 발생한 퇴장 사건 등에 대해서는 출장정지 없이 벌금과 유소년 야구지도 등 봉사활동 처분만 내렸던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은 선수가 그라운드 바깥에서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시킨 사건으로 종전 퇴장 사건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며 엄벌의지를 밝혔다.

KBO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당초 일정을 앞당겨 17일 오전 9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정수근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한다.

구단의 징계와 별도로 프로야구 운영기구 차원에서 내리는 벌로 이상일 KBO 총괄본부장은 "2004년 보다 가중처벌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