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골프대회이자 '자연과 싸움'인 브리티시오픈이 17일 저녁 영국 잉글랜드 서부 해안 리버풀 북쪽 사우스포트 로열버크데일골프장(파71.7천173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럽프로골프투어가 다 같이 메이저대회로 삼는 브리티시오픈의 공식 명칭은 '유일한 오픈대회'라는 뜻인 '디 오픈(The Open)'이다.

1860년 창설된 브리티시오픈은 148년 동안 계속돼 가장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권위와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최하는 브리티시오픈은 대회장도 전통에 따라 정한다.

R&A는 1922년 '디 오픈은 선수들의 진짜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링크스코스에서만 개최한다"고 규정에 못을 박았다.

링크스코스는 인공적인 조경이 거의 배제된 황무지에 조성된 골프장으로 거친 러프, 딱딱한 페어웨이와 그린, 깊고 좁은 항아리 벙커, 그리고 변화무쌍한 거센 바다바람과 변덕스런 날씨 등이 특징이다.

날씨가 온화할 때가 거의 없어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선수들은 어김없이 가혹한 자연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은제(銀製) 술병 '클라레 저그'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지존' 타이거 우즈(미국)없이 치르는 메이저대회라는 사실이다.

US오픈 우승컵을 차지했지만 다친 다리가 덧나 시즌을 접은 우즈는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처음 메이저대회에 결장한다.

브리티시오픈 세 차례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 14승을 올린 우즈가 빠지면서 우승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해 무려 5명이나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코리언'은 올해 최경주(38.나이키골프)와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 등 2명으로 줄었다.

브리티시오픈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코스 고친 로열버크데일, 미국 선수 강세' 이어지나
로열버크데일은 1889년 지어졌지만 브리티시오픈은 1954년에야 처음 유치했고 이후 1961년, 1965년, 1971년, 1976년, 1983년, 1991년, 그리고 1998년 등 모두 여덟 번 대회를 열었다.

2005년 이곳에서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장정(28.기업은행)이 우승을 차지해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10년 만에 대회를 유치한 로열버크데일은 코스를 많이 고쳤다.

전장을 155야드 늘렸지만 파밸류를 70에서 71로 바꿔 실제로 전장이 길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98년에 이곳에서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은 남아 있던 나무가 베어져 없어지고 그린 위치가 옮겨져 전혀 낯선 코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 만들어진 벙커 20개도 변수지만 스코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변화는 러프가 꼽힌다.

원래 길었던 러프는 최근 계속된 비로 더 길어졌다.

마구 자라난 러프는 로열버크데일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많은 둔덕과 어우러져 날씨가 나쁠 경우 선수들에게 지옥같은 라운드를 선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1998년 대회 3라운드 때 시속 55㎞의 강풍이 몰아치자 평균 타수가 77.5타까지 치솟았고 1라운드에서 65타를 쳤던 우즈는 77타를 치며 무너졌다.

묘한 것은 로열버크데일이 유난히 미국 선수들에게 관대했다는 사실이다.

여덟번 열린 대회에서 배출된 일곱 명 우승자 가운데 다섯 명이 미국인이었다.

PGA투어 경기분석가 데이브 세들로스키는 "링크스코스 가운데 가장 미국 선수들 경기 스타일에 맞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즈 없으니 '너도 나도 우승 후보'
1998년 로열버크데일에서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나가지 못해 3위를 차지했던 우즈는 당초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당시 우승자 마크 오메라(미국)와 준우승자 브라이언 와츠(미국)를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쉰한살 오메라는 노쇠했고 와츠는 2005년 은퇴했다.

우즈가 공백 덕에 스포트라이트는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미국)에게 쏠렸지만 그의 우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모험에 따른 보상보다는 징벌이 훨씬 가혹한 브리티시오픈에서 과감한 승부를 즐기는 미켈슨은 맞지 않다고 한다.

PGA 투어 전문가 전망에서 1순위 선수는 지난해 우승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올랐다.

지난해 우승자라는 이유 뿐 아니라 링크스코스에서 늘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승 문턱까지 갔을 뿐 아니라 올해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제패로 주가가 오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재기를 노리는 어니 엘스(남아공), 그리고 샷이 정교하기로 정평이 난 짐 퓨릭(미국) 등이 물망이 오르고 있다.

1991년과 1998년 로열버크데일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을 모두 겪어본 비제이 싱(피지)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고 17세의 어린 나이로 1998년 로열버크데일에서 공동4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홈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당시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환상적인 이글샷을 뿜어냈던 로즈는 세계랭킹 9위에 올라 다시 로열버크데일을 찾아 최고 인기 선수가 됐다.

영국의 도박 전문 업체 래드브록스는 가르시아, 엘스, 그리고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미켈슨, 해링턴 순으로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포스트 타이거'의 선두 주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앤서니 김에 대한 배당률이다.

브리티시오픈에 처음 출전하는 앤서니 김은 9차례나 이 대회에 출전한 최경주가 지난해 받았던 배당률 50-1을 이번에 받았다.

우승 가능성을 가늠하는 배당률에서 앤서니 김보다 낮은 선수는 15명 뿐이다.

브리티시오픈 출전 경험이 어지간한 PGA 투어 선수보다 많은 최경주는 최근 부진 탓에 배당률이 100-1에 불과해 우승후보 대열에서는 빠졌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