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영건' 김광현(20.SK)이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건 2006년 쿠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부터였다.

당시 안산공고 3학년이던 김광현은 예선리그 최종전 네덜란드전부터 8강 대만전, 4강 캐나다전에 이어 결승 미국전까지 4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한국이 6년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는데 큰 역할을 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 영광까지 거머쥐었다.

큰 대회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하는 김광현의 특징은 이 때부터 싹이 보였다.

프로 첫해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약금 5억원에 SK 유니폼을 입었고,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시즌 전 "김광현은 선발감"이라는 낙점을 받았지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선 3승7패로 부진했고, 시즌 도중 1군 엔트리에서 빠지는 수모도 겪었다.

재도약 기회는 가을 한국시리즈 때 찾아왔다.

김광현은 SK가 1승2패로 뒤진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두산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와 정면 승부에서 삼진 9개를 잡아내는 호투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11월 아시아 4개국이 맞붙은 코나미컵 예선에선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곤스와 경기에 선발등판해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당시 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좀 더 성장한다면 국가대표로도 나설 수 있는 좋은 투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큰 경기를 경험한 김광현은 실제로 한 단계 도약을 보여줬다.

지난 3월 대만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 성인 대표팀 신고식이었던 이 대회에서 김광현은 멕시코(6이닝 1실점)와 대만(5이닝 3실점)을 상대로 2승을 수확, 한국 야구의 올림픽 본선행에 큰 역할을 했다.

평범한 선수라면 중압감을 이기기도 어려울 큰 대회를 잇따라 겪으며 몇 단계 성장한 김광현은 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선 지난 해와 격이 다른 투구 내용을 과시했다.

올 시즌 17경기 출전 성적은 11승3패, 평균자책점 2.38.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고, 6월7일 사직 롯데전에선 프로 첫 완봉승까지 경험했다.

6월 말 갑작스런 허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복귀 직후인 9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11승째를 챙기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고 구속 150㎞ 직구를 뿌리는 등 스피드도 완전히 살아났다.

김광현의 다음 도전 무대는 올림픽 본선이다.

김광현은 어느새 류현진(21.한화)과 함께 한국 대표팀을 이끌 좌완 원투펀치로 성장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14일 최종 엔트리 24명을 확정.발표하면서 "선발진으로는 김광현, 류현진, 송승준, 봉중근 등 4명을 생각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김광현이 13일 미국과 첫 경기나 15일 캐나다전, 16일 일본전 등 준결승 진출을 가를 중요한 경기에 선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광현은 150㎞ 강속구와 변화구로 5∼6이닝을 너끈히 소화하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는 반면, 컨트롤이나 완급 조절에선 아직 부족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 2년차 김광현이 베이징올림픽 본선무대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8년 만의 올림픽 야구 메달을 기대하는 야구 팬들의 눈길이 약관 청년의 왼쪽 어깨에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