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집중력으로 역전 우승
7번홀 이글 "온몸이 날아갈듯"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상대방의 기를 질리게 하는 냉정함,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침착함….

'돌부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선화(22·CJ)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이선화는 7일(한국시간) 미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 72·길이 6238야드)에서 끝난 미국 LPGA투어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한 달여 전 긴트리뷰트에서 9타차 열세를 뒤집고 10개월여에 걸친 한국선수들의 무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더니 이번에도 역전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이선화는 우승상금 25만달러를 보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상금랭킹 3위로 올라섰다.

이선화는 투어 내에서 누구보다 집중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살짝 미소를 짓고 말 정도로 '무색무취'다.

그런 성격 탓인지 이선화는 어린 시절부터 선배들을 만나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2000년 천안서여중 재학 중이던 만 14세 때 최연소의 나이로 프로테스트에 합격했는가 하면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지 한 달도 안돼 여자프로골프 2부투어인 미사일 드림투어 1차 대회에서 우승컵을 안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정규 투어에 합류해 MC스퀘어여자대회에서 만 15세3개월15일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 기록도 세웠다.

미국 진출을 위해 2004년 LPGA 2부투어인 퓨처스투어에 뛰어들었으나 첫해에는 우승없이 상금랭킹 10위에 그쳐 '재수(再修)'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시즌 이선화는 1승을 포함해 상금랭킹 1위에 올라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따냈다.

2006년에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과 함께 투어 신인상도 수상했다.

이선화는 장타보다는 정교한 아이언 샷이 장기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44.8야드로 투어 선수 가운데 공동 99위지만 아이언샷의 그린적중률은 70.1%로 랭킹 11위다.

차분한 경기 운영은 한때 지연 플레이라는 눈총을 받았지만 이제는 리듬이 빨라진 대신 차분함은 더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선화는 한국 선수 가운데 맨 먼저 시즌 2승을 올렸고 한국 선수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통산 4승째다.

이선화는 "오늘 원하는대로 샷이 됐다. 전날 못끝낸 2개홀을 마치기 위해 오전 5시에 골프장에 나와 피곤했지만 지금은 몸과 마음이 날아갈 듯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미나(27·KTF)는 제인 박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고 안젤라 박(20)은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4위,최나연(21·SK텔레콤)과 지은희(22·휠라코리아)가 8위,박인비(20·광운대)가 10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계) 선수 7명이 '톱10'에 들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