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택(62)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위기의 한국 축구를 구할 '소방수'로 낙점됐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이회택 기술 담당 부회장을 신임 기술위원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회택 신임 위원장은 이영무 전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기술위원회의 수장을 맡아 당장 눈앞에 닥친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러야 한다.

축구협회는 이 위원장이 축구인으로서 경험과 인적 자원을 활용해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협회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일단 위기만 넘겨보자는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한 것이고 결국 또 한 명의 희생양을 내세웠다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이회택 위원장이 기술위원장을 맡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위원장은 2004년 5월 자진 사퇴한 김진국 위원장의 후임으로 기술위원회를 이끌었다.

국가대표팀의 졸전으로 움베르투 코엘류 전 감독이 중도 하차한 뒤다.

축구협회는 당시 조영증(기술교육국장) 부위원장을 기술위원장에 선임했으나 조 부위원장 역시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에 부딪쳐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하고 이회택 위원장에게 중책을 맡겼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전 감독을 새로 선임하고 대표팀 운영을 지원해 온 이 위원장은 1년6개월 뒤인 2005년 11월 기술위원 전원과 함께 총사퇴했다.

기술위원회에서 선임한 본프레레 전 감독이 한국을 2006 독일월드컵 본선에 올려 놓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내용을 보여줬고, 결국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2005년 8월 지휘봉을 내려놓은 게 결정적이었다.

기술위원들은 한 달 뒤 후임으로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을 뽑았고, 이 위원장은 두 달 더 자리를 지킨 뒤 대표팀이 일정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했다면서 물러났다.

기술위원장 재직 시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축구협회는 이 위원장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이 위원장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위원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 간 '소통'으로 보인다.

이회택 위원장과 허정무 감독과는 인연이 많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때 이회택 위원장은 대표팀 감독, 허 감독은 트레이너로 함께 대사를 치렀다.

또 1990년대 초에는 프로축구 포항에서 각각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이 위원장이 4년 전 기술위원장을 맡았을 때 허 감독은 부위원장으로 이 위원장을 보좌했다.

허 감독이 2004년 6월 본프레레호의 수석코치로 선임되며 바로 부위원장직을 사퇴했지만 당시 이 위원장은 허 감독과 함께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직접 만나 검증하는 일을 했다.

전임 이영무 위원장의 갑작스런 퇴진은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색깔 없는 축구'로 팬들의 질책이 받자 대신 '십자가'를 진 성격이 짙다.

이회택 신임 위원장은 축구협회 기술 담당 부회장을 맡아와 대표팀 사정에 밝다.

또한 풍부한 경험과 연륜으로 대표팀은 물론 프로 구단 등과 원활한 협조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기술위원장으로서 쓰라린 경험을 했던 이 위원장이 과연 한국축구를 구할 적임자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