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매, 금메달로 맺겠습니다"

다음달 8일 개막하는 베이징올림픽 한국 선수단에는 부부, 형제 등 가족을 비롯해 함께 운동하며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연인까지 이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남녀 핸드볼대표팀의 철벽 수문장인 강일구(32.인천도시개발공사), 오영란(36.벽산건설) 부부는 유명한 커플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연인으로 동반 출전했던 이들은 2002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2년 뒤 아테네에는 함께 가지 못했다.

오영란은 여자대표팀의 변함없는 주전이었지만 강일구는 남자대표팀에서 탈락한 것.
이 때문에 이번 베이징 대회는 부부가 된 뒤 처음 함께 나가는 올림픽 무대다.

사실 2006년 첫 아이인 딸 서희를 낳으며 사랑의 열매를 맺은 뒤 강일구는 오영란의 은퇴를 바랐다.

하지만 오영란은 베이징에 출전한 뒤 둘째를 갖겠다는 약속을 한 뒤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부부가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해서 부부가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얘기도 듣고 싶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핸드볼에는 형제 선수도 있다.

남자대표팀의 윤경신(35.두산)과 윤경민(29.하나은행)이다.

독일 프로핸드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인 최고 에이스 윤경신은 이번이 벌써 네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윤경민도 2000년 시드니 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에 꾸준히 출전해 왔다.

이 때문에 형제가 함께 올림픽에서 뛰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유도 남자 90㎏급 최선호(31.수원시청)와 여자 대표팀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이복희(30) 트레이너도 부부 동반으로 금메달 획득에 나선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부터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다가 8년만에 오래된 꿈을 이룬 최선호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 63㎏급 국가대표 출신 이복희 트레이너는 처음에는 평범한 용인대 선후배 사이였지만 2006년부터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며 연인으로 발전해 지난해 말 결혼에 골인했다.

최선호는 지난 5월 유도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황희태(30.수원시청)를 종료 직전 한판으로 누르고 결혼에 이어 베이징 동반진출이라는 또 하나의 경사를 맞았다.

체조 남자대표팀의 이주형(35) 감독과 이장형(34) 코치는 사상 처음으로 형제가 올림픽 대표팀을 함께 이끌게 됐다.

이주형 감독은 1999년 톈진 세계선수권대회 평행봉 금메달리스트이자 2000 시드니올림픽 평행봉 은메달, 철봉 동메달을 딴 스타선수 출신. 동생 장형은 형보다는 못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형제 선수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둘은 지도자로 호흡을 맞춰 처음으로 출전한 지난해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체전 5위(1992년 바르셀로나 이후 5회 연속 단체전 진출), 김대은의 평행봉 금메달 등을 엮어내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형인 이주형 감독은 캐나다 유학파답게 냉철하면서도 엄한 스타일인 반면 이장형 코치는 선수들을 친형처럼 감싸는 자상함으로 인기가 높다.

레슬링 국가대표 그레코로만형 코치 김인섭(35)과 84㎏급 김정섭(33)도 친형제 사이다.

김인섭은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고 김정섭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함께 선수생활을 했을 때는 형 김인섭의 성적이 항상 좋았고, 동생 김정섭은 번번이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코치가 된 형 인섭이 동생의 금메달 사냥을 위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가족 말고도 운동을 함께 하며 핑크빛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연인도 있다.

펜싱 남녀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하는 오은석(25.상무)과 김금화(26.익산시청)는 5년 넘도록 연인으로 지내고 있다.

2003년 미국 뉴욕 전지훈련부터 사귀어 온 이들은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반 메달 획득도 유력하다.

오은석이 세계랭킹 12위, 김금화가 15위에 올라 있어 안정권은 아니지만 당일 변수가 큰 펜싱 종목 특성상 대진운이 따라줄 경우 가능성이 충분하다.

펜싱 여자 플뢰레의 대들보 남현희(27.서울시청) 역시 같은 펜싱 선수인 원우영(26.서울메트로)과 고교 시절부터 만나고 있는 오래된 커플이다.

지난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함께 메달 사냥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원우영이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원우영은 남현의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올 초 남현희가 슬럼프를 겪을 때 심적으로 힘을 보태며 회복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