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중국대륙이 100년을 기다렸다는 2008베이징 하계올림픽이 마침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지구촌 대축제 베이징올림픽은 8월8일 오후 8시 베이징시 쯔친청(紫金城) 북쪽 10㎞ 지점에 위치한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갖고 17일간 열전에 들어간다.

1964년 도쿄,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스포츠 최강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노릴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화민족의 화려한 부활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다.

유치과정에서 한 차례 시련을 겪었던 중국은 최고 대회를 만들기 위해 역대 최장거리 해외 성화봉송에 나서는 등 국력을 쏟아부으며 홍보에 나섰지만 자주 독립을 요구한 티베트 사태와 국제인권단체들의 성화봉송 방해, 쓰촨성 대지진 등 수많은 악재도 겹쳐진 대회다.

한국은 28개 종목에 총 302개 금메달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에서 최소한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 2회 연속 세계 톱10 유지를 지상목표로 세웠지만 체육계 수장이 정부와 마찰로 인해 중도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데다 중국의 텃세도 상당히 우려되는 등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올림픽으로 다가오고 있다.

◇성화는 지금 어디에

`화해의 여정(和諧之旅)'이라고 이름붙여진 성화는 3월24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불타올랐다.

진한 붉은색과 밝은 은색을 기본 색상으로 전통 두루마리 족자와 구름을 형상화한 성화봉 `약속의 구름(Cloud of Promise)'은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등 130일동안 역대 최장거리인 5대륙 13만5천㎞의 대장정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출발도 하기 전에 문제가 불거졌다.

채화 도중 `국경없는 기자회(RSF)' 관계자들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규탄하며 난입해 행사를 방해했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수난을 겪게 됐다.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서는 시위자들로 인해 불꽃이 한 때 사그라지기도 했던 성화는 지난 4월27일 서울 시내 봉송에서는 국내 인권단체와 친중국 시위대 수 천명이 투석전과 몸싸움을 벌여 수 십명이 부상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다음 날 평양 봉송에서 40만 인파의 일방적인 환영을 받은 베이징 성화는 5월4일부터 중국내 봉송을 시작해 세계 최초로 해발 8천848m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서역을 강타한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성화봉송도 일시 중단됐다.

성화 봉송은 닷새만에 재개됐지만 모든 일정이 지연되거나 행사가 대폭 축소됐으며 지난 달 21일 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에서 열린 봉송행사에서는 수천명의 공안과 무장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온갖 풍상을 다 겪고 있는 올림픽 성화는 어쨌든 8월초 쓰촨 지역을 돌아 8일 저녁 8시 메인스타디움 맨 꼭대기에 위치한 성화대에 불을 밝히며 올림픽 개막을 공식 선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회인 2012년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성화 해외봉송을 일찌감치 포기 선언해 다시는 올림픽 성화를 해외에서 볼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8월8일 저녁 8시8분 8초..한국의 운명은


베이징올림픽은 8월8일 저녁 8시8분8초 일명 `새 둥지(Bird's Nest)'로 불리는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에서 개막식을 갖는다.

5번이나 중복된 `8'이라는 숫자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중국 정부와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는 이번 대회를 위해 총 400억달러를 투자했다.

궈자티위창을 비롯해 12개 경기장을 신축했고 12개 경기장은 증축했으며 선수촌과 메인미디어센터(MPC) 등 45개 올림픽 시설물이 공정률 99%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 1만5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총 28개 종목에서 30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아시아의 공룡' 중국이 미국을 꺾고 최초로 종합 1위를 노리는 가운데 한국은 금메달 10개를 수확해 2회 연속 종합 10위 진입이 지상목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훈련 모토를 내걸고 일찌감치 올림픽 체제에 돌입했던 태릉선수촌은 전통적인 메달밭인 양궁과 태권도에서 각각 2개 이상씩, 펜싱과 레슬링,역도,수영,사격,탁구, 배드민턴,유도 등에서도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특히 세계수영의 `기린아'로 성장한 박태환(경기고)이 내년 베이징에서도 금빛 물살을 가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략 종목 중 탁구와 배드민턴, 사격, 역도는 물론 양궁과 태권도에서 주최국 중국의 극심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종합 1위를 노리는 중국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이 약한 탓에 미국을 넘어서기 위해선 구기와 투기종목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노골적인 텃세 판정도 예상되고 있다.

쉽지않은 메달레이스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5월 체육계 수장에 오른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취임 다음 날 곧바로 태릉선수촌으로 달려가 지도자와 선수들을 직접 만나며 총력전에 나섰다.

금메달 포상금도 시드니올림픽때 1만달러, 아테네올림픽때는 2만달러였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5만달러로 대폭 내걸었다.

그러나 국내 여건은 만만치 않다.

정치.사회적 혼란이 이어지다 보니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피어오르지 못해 여러 단체와 기업들의 태릉선수촌 격려 방문마저 대폭 줄어든 상태다.

또 전략종목 중 하나인 탁구는 협회장 교체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고 배드민턴 국가대표 수석코치도 경찰 조사를 등 받는 등 악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적인 톱스타 경연장


국가별 순위경쟁 못지 않게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의 `별들의 전쟁'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4년을 기다려 온 슈퍼스타들의 경연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끌고 있는 이벤트는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3.미국)의 8관왕에 도전이다.

역대 올림픽 최다관왕은 1972년 뮌헨올림픽 수영에서 마크 스피츠가 작성한 7관왕.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접영 100m, 200m, 개인혼영 200m, 400m, 계영 400m와 800m, 혼계영 400m 등 8개 종목이다.

펠프스가 박태환의 주종목인 자유형 400m 출전을 포기한 것은 다행스럽지만 출전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올림픽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육상 트랙에서는 타이슨 가이(26.미국), 우사인 볼트(22), 아사파 파월(26.이상 자메이카)이 벌일 남자 100m 인간탄환 대결이 볼거리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계기록 경신을 하고 있는 이들 3인방은 100분의 1초 싸움으로 메달 색깔을 가리게 된다.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6.러시아)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적수가 없어 2연패가 유력한 가운데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5m1)에 도전하고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황색 탄환' 류시앙(25)은 세계기록(12초87) 보유자인 쿠바 다이론 로블레스(21)의 남자 110m 허들 레이스를 펼친다.

남자역도 최중량급 인상(213kg)과 용상(263kg) 합계(472kg) 세 종목 신기록을 갖고 있는 '인간 크레인' 후세인 레자자데(30.이란)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여자 역도 최중량급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 한 장미란(25.고양시청)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한을 이번에는 기어코 풀고자 한다.

여자 유도 48㎏급 3연패에 출사표를 던진 일본의 백전노장 다니 료코(33)와 세계선수권대회 4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57㎏급 계순희(29.북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스타들이다.

선수 개개인 몸값만 수백억에 달하는 미국 남자농구대표팀, '테니스 황제'로 수년째 세계정상을 지키고 있는 로저 페더러(27.스위스), 여자 테니스 섹시 아이콘 마리아 샤라포바(21.러시아)와 아나 이바노비치(21.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프로선수들로 베이징을 빛낼 전망이다.

◇남북한은 다시 손을 맞잡나

베이징올림픽은 남북 체육교류사에서도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남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개폐회식 동시입장을 성사시킨 뒤 동.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빼놓지 않고 선수단이 함께 입장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체육회담 자체가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지난 2004년부터 남북한 NOC가 준비했던 단일팀 구성방안은 이미 물 건너 갔고 지난 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공동응원단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마지막 남은 이벤트가 남북 선수단의 개폐회식 동시입장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지난 해 10월 정상회담 이후 남북한은 한 번도 체육회담을 열지 못했다.

서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뒤늦게 정부는 KOC를 통해 동시입장 준비를 위한 회담을 제의했지만 북측에서 통신문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국내적으로도 동시입장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다.

시드니올림픽부터 남북한은 동시입장때 한반도기를 들었고 아리랑을 연주했지만 이번에는 남쪽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국기는 각자 태극기와 인공기를 들자는 주장에서부터, 단복도 굳이 같이 입을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북측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올 지, 과연 합의안을 찾을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남북 NOC에 동시입장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는 양측 모두 요지부동이다.

동시입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진행했던 행사였기 때문에 베이징 현지에서 만나 전격적으로 합의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동시입장마저 끝내 무산된다면 남북체육교류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것은 물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무대를 빛냈던 한반도 평화의 상징마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