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웨그먼스LPGA를 제패,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지은희(22.휠라코리아)는 화려했던 아마추어 시절에 비해 프로 무대에서는 뒤늦게 꽃을 피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광인 아버지 지영기(53)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쥔 지은희는 6개월만에 아마추어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할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수상스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강한 체력과 근성은 골프 선수 지은희에게 든든한 자산이 됐다.

2002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지은희는 유난히 유망주가 많았던 당시 여자 주니어 무대에서 강자로 군림했다.

그가 우승한 2002년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출전선수 명단에는 박희영(21.하나금융), 최나연(21.SK텔레콤), 임성아(24), 최혜정(23.카스코), 홍진주(25.SK에너지), 유선영(22.휴온스), 이지영(22.하이마트), 김주미(24.하이트), 김송희(20.휠라코리아), 오지영(20), 김인경(20) 등 지금 LPGA 투어 에서 함께 뛰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뿐 만 아니라 동갑인 송보배(22.슈페리어)와 홍란(22.먼싱웨어), 1년 후배 안선주(21.하이마트), 2년 아래인 신지애(20.하이마트) 등도 경쟁상대였다.

가평종고 2학년에 다니던 2003년에는 프로대회인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엑스캔버스오픈에서는 당시 세계 최고였던 박세리(31)와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플레이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 뛰어든 지은희는 오랜 세월을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2004년 2부투어를 거쳐 2005년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 합류했지만 2년 동안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상위권 입상은 드물지 않아 '유망주'라는 꼬리표는 늘 달고 다녔지만 국가대표 동료였던 송보배, 박희영, 최나연 등이 이미 여러차례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며 스타덤에 오른 데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처지였다.

2007년 휘닉스파크클래식에서 드디어 고대하던 첫 우승을 따냈고 곧이어 KB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대회를 제패하며 빛을 봤지만 무려 9승을 쓸어담고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6억원을 돌파한 '지존' 신지애의 조연에 불과했다.

2승을 따내고 상금랭킹 2위에 오르고도 한동안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까지 겪었던 지은희에게 인생 역전의 계기가 된 것은 세계랭킹 제도 도입에 따라 주어진 LPGA 투어 대회 출전 기회.
지난해 에비앙마스터스, 브리티시여자오픈, 캐나다여자오픈, 그리고 국내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 출전 기회를 잡은 지은희는 브리티시여자오픈 공동 5위와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 준우승을 통해 25만달러를 벌어들여 LPGA 투어 상금랭킹 52위에 올랐다.

앞서 퀄리파잉스쿨에서 조건부 출전권을 받아놓았던 지은희는 상금랭킹 90위 이내에 들면 이듬해 전경기 출전권을 부여하는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LPGA 투어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고 12개 대회에서 '톱 10'에 두 차례 들면서 숨을 고른 끝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키 162㎝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50야드에 이르는 지은희는 아이언샷을 잘 치는 선수로 정평이 났다.

미국에서는 아직 러프 적응이 덜 돼 그린 적중률이 66%에 그쳐 40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70%에 육박하는 정확도를 선보였다.

늘 퍼팅을 약점이라고 여기고 있는 지은희는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당 26.3개꼴에 불과한 짠물 퍼팅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동그랗고 하얀 얼굴에 유난히 까만 눈동자에 옆머리를 길게 기른 외모가 디즈니 만화의 주인공 미키 마우스와 닮아 '미키마우스'라는 특이한 별명을 얻었다.

26일 개막하는 US여자오픈에서 신지애, 안선주와 모처럼 대결을 펼치는 지은희는 소속사 휠라코리아와 계약에 따라 8월부터는 국내 대회에 전념할 예정이다.

미국과 한국, 양쪽 투어를 겸하는 지은희의 도전이 성공할 지 흥미롭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