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크 전사' 터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투혼을 또 한번 선보이며 승부차기 끝에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4강에 올랐다.

터키는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펼쳐진 동유럽 강호 크로아티아와 유로2008 8강에서 연장 후반 종료를 1분 남기고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인저리타임 종료 7초를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 1-1 무승부를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3-1로 이겨 준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유로1996에서 처음 유로 무대를 밟았고 유로2000에서 8강에 올랐지만 4강 문턱에서 좌절했던 터키는 사상 처음으로 이 대회 준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특히 터키는 유로1996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에 첫 패배를 당한 뒤 3연패로 물러났던 아픔을 보기 좋게 설욕했다.

터키는 전날 포르투갈을 누르고 가장 먼저 4강에 오른 '전차군단' 독일과 26일 스위스 바젤의 상크트 야콥파크에서 결승 진출을 다툰다.

조별리그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독일을 격파하고 3연승으로 8강에 올라 '다크호스'가 아닌 '우승 후보'로 꼽힌 크로아티아는 30대 젊은 사령탑 슬라벤 빌리치 감독의 지휘 아래 1998 프랑스 월드컵 3위 신화를 재연하려 했지만 터키의 투혼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터키가 막판 뒤집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끝내 승리를 거머쥔 명승부였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 터키가 경기를 지배했지만 실속이 없었다.

터키는 전반 4분 하미트 알틴토프가 니하트 카베치의 패스를 이어받아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대 옆으로 빗나갔고, 8분 뒤에는 다시 알틴토프가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렸지만 달려나오던 수비수에 맞았다.

수세에 몰려있던 크로아티아가 오히려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지만 골대 불운에 땅을 쳤다.

크로아티아는 전반 18분 루카 모드리치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렸고 이비차 올리치가 골문 왼편에서 슬라이딩 오른발 슈팅을 시도한 것이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튀어나왔고, 이를 다시 니코 코바치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중으로 뜨고 말았다.

전반을 0-0으로 마치고 후반에 접어들자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양팀은 중원 싸움으로 일관하며 이렇다할 슈팅 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 크로아티아가 기세를 올리는 듯 했지만 터키의 노장 수문장 레츠베르 뤼슈틔의 선방에 잇따라 막히며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후반 25분 이반 라키티치의 슈팅이 공중에 떴고, 3분 뒤 올리치의 헤딩 슈팅은 골대 옆으로 빠져나갔다.

후반 38분에는 다리오 스르나가 아크 왼쪽에서 감아찬 오른발 프리킥 슈팅을 뤼슈틔가 가까스로 쳐냈고, 6분 뒤에는 모드리치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올리치가 슬라이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또 뤼슈틔의 선방이 나왔다.

인저리 타임 미드필드 왼쪽에서 다시 스르낙 프리킥을 감아찼지만 뤼슈틔가 지키는 터키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인저리 타임 미드필드 왼쪽에서 다시 스르나가 프리킥을 감아찼지만 뤼슈틔에 막혔다.

전.후반 90분을 헛심 공방으로 끝내고 연장 전반에 들어서자 잠잠하던 터키가 활발해졌다.

10분에는 세미흐 센투르크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고, 2분 뒤에는 툰차이 산리가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포를 쏘는 등 크로아티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크로아티아의 몫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연장 후반 14분 모드리치가 오른쪽 엔드라인에서 아웃되기 직전의 볼을 살려낸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교체돼 들어온 이반 클라스니치가 헤딩으로 연결해 골문을 열었다.

경기는 이대로 끝나는 듯 싶었지만 터키의 막판 저력은 놀라웠다.

터키는 인저리 타임이 2분을 넘어선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 뤼슈틔가 크로아티아 문전으로 길게 띄워준 볼을 센투르크가 오른발로 차 넣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7초를 남기고 터진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결국 승부는 '신의 룰렛게임'이라 불리는 승부차기로 들어갔고 크로아티아는 실수를 연발했다.

터키가 3번 키커까지 모두 침착하게 슈팅을 성공시킨 반면 크로아티아는 첫 번째 키커 모드리치가 실축한 데 이어 3번째 키커 라키티치마저 골문 밖으로 킥을 날렸다.

벼랑 끝에 몰린 크로아티아는 4번째 페트리치가 날린 슈팅이 뤼슈틔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고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터키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가 또 한번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