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 예선 투르크메니스탄과 원정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남북한 최종예선 동반 진출을 자축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5차전 원정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김두현(웨스트브롬)의 활약으로 한 골 만회에 그친 투르크메니스탄을 3-1로 물리쳤다.

이로써 한국은 3승2무(승점 11)로 전날 오후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낚아 동률이 된 북한과 사이좋게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7회 연속이다.

반면 요르단(1승1무3패)과 투르크메니스탄(1무4패)은 조별리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은 골득실(한국 +7, 북한 +4)에서 북한을 앞서 조 1위 자리를 지켰고 2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최종전 남북대결을 `축제' 분위기에서 치를 수 있게 됐다.

무릎이 좋지 않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두현은 전반 12분 선제골과 후반 35분 결승골, 후반 인저리타임 쐐기골로 해트트릭을 완성해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A매치 해트트릭은 지난 2006년 9월6일 정조국(서울)이 아시안컵 예선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최종예선은 5개 팀씩 두 개조로 나눠 9월6일부터 내년 6월17일까지 9개월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는 데 조 추첨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축구연맹(AFC) 본부에서 진행된다.

북한의 요르단전 승리로 남북 최종예선 동반 진출이 확정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투르크메니스탄전에 나선 허정무호가 승점 3점을 챙겨 `지옥의 원정 2연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서울)을 꼭짓점으로 좌.우 날개에 이근호(대구)와 설기현(풀럼)을 배치한 스리톱 공격 라인을 짰고 박지성 대신 김두현에게 공격형 미드필드 특명을 맡겼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변함없이 김남일(빗셀 고베)과 조원희(수원)가 호흡을 맞췄고 골문은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한 정성룡(성남)이 지켰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치우(전남)-강민수(전북)-조용형(제주)-오범석(사마라)을 배치했다.

한국이 강한 공세로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이근호가 파울을 얻어내자 김두현이 프리킥 찬스에서 강한 슈팅을 때렸지만 골키퍼 바이람니아즈 베르디예프가 손으로 쳐냈다.

김두현은 이어 전반 8분에도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으나 페널티 지역으로 침투한 박주영이 수비수들과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겼다.

전술변화의 핵심이었던 박지성 대신 공격 조율 중책을 맡은 `한국인 5호 프리미어리거' 김두현이 고대하던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김두현은 전반 12분 오른쪽 페널티 지역 외곽에서 조원희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드리블하다 수비수와 부딪혀 넘어지면서 공을 떨어뜨리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그림 같은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뒤 왼쪽 골망을 힘차게 출렁였다.

골키퍼 베르디예프는 손을 대보지도 못한 채 서서 멍하니 골만 바라봐야 했다.

김두현이 A매치 49경기 만에 뽑은 자신의 9호 골.
한국은 전반 36분 조원희가 왼쪽에서 대각으로 길게 올려준 프리킥을 설기현이 다이빙 헤딩으로 방향을 틀었으나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공세를 강화한 투르크메니스탄도 왼쪽 측면 공격수 크렌델레프의 활약으로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크렌델레프는 전반 38분 프리킥 찬스에서 왼발로 문전을 향해 강하게 차 왼쪽 골대 앞에 있던 공격수에게 연결했으나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이 몸을 던져 막아내는 선방으로 가까스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조원희를 불러들이고 발 빠른 최효진(포항)을 기용하는 전술 변화를 줬다.

수비라인은 조용형-강민수-이정수로 이어지는 스리백으로 전환됐고 김남일-김두현 뒤 좌우에 김치우-최효진이 포진했다.

3-4-3 포메이션으로 중앙수비를 두텁게 하면서도 빠른 측면 돌파를 활용하겠다는 허감독의 포석이었다.

A매치 데뷔전인 최효진은 활발한 측면 돌파로 허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1차전 투르크메니스탄과 경기에서 두 골을 사냥하며 4-0 승리에 앞장섰던 설기현의 공격력도 덩달아 살아났다.

설기현은 후반 21분 아크 왼쪽에서 단독 찬스에서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고 3분 뒤에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수비수 사이로 슛을 때렸지만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후반 31분 투르크메니스탄에 동점골을 내줬다.

오른쪽 페널티 지역을 돌파하던 무하메드 오베코프를 보고 뛰어나간 골키퍼 정성룡이 파고드는 거친 태클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결국 동점골을 헌납한 것. 투르크메스탄이 3차 예선에서 기록한 첫 골.
1-1 균형이 이어지며 무승부 분위기가 짙어가던 후반 막판 김두현이 또 한번 큰 일을 해냈다.

왼쪽 프리킥 찬스에서 김남일이 왼쪽 깊숙이 침투한 김치우에게 땅볼 패스를 찔러줬고 김치우가 낮은 크로스를 올리자 김두현이 오른발로 차 넣어 2-1 리드를 만들었다.

승리를 부르는 결승골이었다.

김두현은 이어 후반 인저리타임 때 페널티 지역에서 김치우가 골키퍼와 부딪힌 뒤 흘러나온 골을 처리하려던 교체 멤버 이청용(서울)마저 골키퍼 손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김두현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강하게 차 왼쪽 그물 네트를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편 북한은 전날 평양 양각도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몰아넣은 홍영조의 활약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북한 공격수 홍영조는 전반 44분과 후반 27분에 잇따라 골망을 흔들었고 일본 J-리거인 정대세(가와사키)와 국내 K-리그에서 뛰는 안영학(수원)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으로 뛰었다.

(아슈하바트<투르크메니스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