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달 대한배구협회장이 `아마추어-프로 기구 통합'을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배구계에선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 회장의 주장은 한국 남녀 배구가 베이징올림픽 세계예선 동반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원인이 프로 구단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원인 진단에서 출발한다.

이에 대해선 배구계 인사들도 일리가 있다고 동감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프로 쪽 한국배구연맹(KOVO) 안에서도 "일부 여자 구단들의 비협조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입장이 갈리는 건 2012년 런던올림픽 때에는 프로 구단의 비협조를 막고 최상의 전력을 갖춘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대목이다.

배구협회 실무자들이나 아마추어 배구계 인사들 사이에선 "프로 선수들도 KOVO가 아니라 배구협회에 선수 등록을 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사실 김연경이나 황연주, 정대영처럼 대표팀 소집을 거부하는 선수들에게 `배구협회 주관 국내외대회 1년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내려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은 어차피 배구협회 주관 대회엔 나갈 생각이 없는 만큼 프로 리그에만 출전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프로 선수들도 배구협회에 등록하게 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진다.

프로 쪽에서는 제재 방안만 거론할 게 아니라 선수들 스스로 국제대회 출전을 원하도록 유인책을 마련하고 전담 지도자를 두고 선수들 몸 상태를 장기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 회장은 이런 구체적인 방안 대신 `아마추어와 프로 기구 통합'이라는 원론적이지만 당장 실현되길 기대하기 어려운 방안을 꺼내든 것이다.

배구협회의 이 같은 통합 주장에 대해 KOVO는 한 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KOVO 박세호 사무총장은 "정치인 회장이 프로 쪽과 한마디 사전 논의도 없이 꺼내든 즉흥적인 생각에 불과하다"며 "지금 필요한 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 전임 감독제, 세대 교체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이 아마추어와 프로 양쪽에서 나오는 진지한 자성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생뚱맞게 아마-프로 단일화론을 꺼내 든 데 대해 한 배구계 인사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려면 금강산 면회소 설치부터 논의할 일이지 남북 동수(同數)로 연합(연방)제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할 일은 아니잖느냐"고 꼬집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