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순간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에 '박지성'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켜줄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산소탱크'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22일(한국시간) 오전 3시45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첼시를 상대로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영국 언론은 물론 퍼거슨 감독도 "최근 중요한 경기 대부분에 선발로 나섰던 박지성이 결승전에서 매우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놨을 정도다.

이번 시즌 무릎 부상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와 오뚝이처럼 복귀해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목에 건 박지성은 이제 꿈에 그리던 UEFA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메달을 목에 걸 순간 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지성 '아시아의 역사를 쓰다'
박지성은 유달리 큰 무대에 강하다.

박지성이 맨유에 입단할 수 있었던 계기도 2005년 5월 에인트호벤 소속으로 뛰면서 AC밀란과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터트린 골이 결정적이었다.

이를 대변하듯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AS로마와 8강 1, 2차전을 비롯해 바르셀로나와 준결승 1, 2차전까지 4경기 모두 박지성을 풀타임 출전시키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고 그라운드를 밟게 되면 아시아 축구선수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서는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박지성 역시 8강과 4강전에서 감독의 의도대로 끊임없이 그라운드를 뛰면서 공수 양면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수행, 정규리그에서와 마찬가지로 '박지성 출전= 맨유 무패'라는 공식을 이끌어냈다.

단판 승부로 치러지는 결승전에서도 '박지성 공식'이 그대로 적중할지 팬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호날두-루니 VS 드로그바-발라크
축구의 묘미는 화끈한 골. 이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지난 시즌 득점왕 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득점포 공방은 결승전 최고의 볼거리다.

호날두와 드로그바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나란히 7골과 6골을 터트리고 있어 역시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화력 면에서는 맨유의 우세가 점쳐진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가 80골(22실점)을 터트리는 동안 첼시는 65골(26실점)에 그쳤다.

맨유가 터트린 80골 가운데 호날두의 몫은 무려 31골. 호날두와 함께 카를로스 테베스(14골)와 웨인 루니(12골)가 맨유의 골 사냥에 앞장 섰다.

반면 드로그바는 지난해 12월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악재 속에 8골로 부진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 기세를 올린 미하엘 발라크(7골)와 더불어 니콜라 아넬카(11골), 프랭크 람파드(10골), 조 콜(7골) 등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가진 게 첼시의 장점이다.

◇맨유의 공세와 첼시의 역습
네 차례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네덜란드 출신의 특급 미드필더 클라렌스 시도르프(AC밀란)는 맨유의 우세를 점쳤다.

시도르프는 ESPN과 인터뷰에서 "첼시는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릴 것이고 맨유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첼시는 뛰어난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있어 맨유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맨유의 공격을 막아낸 첼시는 드로그바를 전방에 내세우고 발라크가 뒤를 받치는 형태의 역습을 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승부의 또 다른 변수는 그라운드 사정이다.

결승전이 치러지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원래 인조 잔디였지만 이번 결승전을 위해 뜯어내고 보름전 슬로바키아에서 공수한 천연잔디를 새로 깔았다.

잔디의 생육을 위해 물을 많이 주면서 전반적으로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상태일 뿐만 아니라 중앙선 부근의 잔디는 덧댄 흔적까지 남아 있어 자칫 볼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드로그바를 선봉으로 힘있게 상대를 몰아치는 첼시에 비해 정교한 패스를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는 맨유가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