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박지성'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산소 탱크' 박지성(27)이 2007-2008 시즌 긴 부상 터널에서 빠져나와 맨유 전력의 핵심으로 우뚝 섰다.

박지성은 11일 밤(이하 한국시간) 영국 위건 JJB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위건 어슬레틱과 2007-2008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선발 출격해 팀 우승을 이끌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쳤다.

정규리그에서 총 12차례 출전에 선발이 8차례였고 그 가운데 2차례 풀타임을 뛰었다.

FA컵에서는 2번 선발로 나와 풀타임이 한 번 있었다.

특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AS 로마(이탈리아)와 8강부터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준결승까지 4차례 연속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공격포인트는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1골 1도움.
단순히 기록만 보면 지난 시즌의 5골 2도움보다 부진한 성적이지만 박지성은 세계 최고 클럽 가운데 하나인 맨유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지난 시즌 막판 무릎을 다친 박지성은 수술에 이어 긴 재활을 거치고 시즌 중반에야 복귀했다.

작년 12월27일 선덜랜드와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박지성은 후반 12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대신 교체 투입되며 무려 270일만에 그라운드에 섰고 100% 회복된 모습으로 질주했다.

나름대로 '화려한 복귀전'이었지만 오랫동안 팀 전력에 제외돼 있던 박지성의 앞에는 힘든 주전 경쟁의 어려움이 엄습해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이미 대스타로 성장해있었고, 노장 라이언 긱스에 대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깊은 신뢰는 여전했다.

공격적 성향의 플레이를 앞세운 신예 루이스 나니도 중요한 경기에서는 박지성보다 중용되고 있었다.

3월2일 풀럼과 원정경기에서 시즌 첫 골을 폭발시켰지만 이후부터 박지성의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자주 볼 수 없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미드필더나 공격수 기용에 있어서 로테이션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박지성이 파고들 틈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너무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 아직 경기 감각을 완벽히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3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 북한전을 치를 때만 해도 시차적응과 오랜 비행시간으로 인한 체력 소모 때문에 주전 경쟁에서 더 뒤처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부상 이후 꾸준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면서 박지성은 팀 전력에 완벽히 흡수됐고, 특유의 지치지 않는 체력은 더욱 강해져만 갔다.

지난달 2일 AS로마와 UEFA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1차전이 후보에서 주전으로 치고 올라가는 분수령이었다.

박지성은 교체없이 90분을 모두 뛰며 팀의 2-0 승리에 보탬이 됐고, 일주일 뒤 홈 2차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장에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을 대동해 깊은 신뢰를 보냈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박지성이 체력 부담을 느끼고 있는 긱스를 넘어섰다는 분석을 내놓았으며, 박지성이 선발로 나오면 맨유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재미있는 통계를 꺼내기도 했다.

실제로 올 시즌 박지성이 선발로 나선 14차례 경기에서 맨유는 13승1무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정규리그를 마치고 지난 시즌에 이어 두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목에 건 박지성은 이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펼쳐지는 첼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남겨놓고 있다.

8강과 4강전을 모두 뛴 박지성의 결승전 선발 출격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부상 때문에 뒤늦게 복귀해 시즌을 절반 밖에 뛰지 못했지만 '오뚝이'처럼 꿋꿋이 일어선 뒤 주전 자리를 확고히 굳힌 박지성이 맨유의 '더블' 달성에 다시 기여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