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달성의 기쁨이냐 무관(無冠)의 굴욕이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의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정규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놓고 마지막 외나무 다리 대결을 앞둬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맨유와 첼시는 승점 84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가운데 11일(한국시간) 밤 펼쳐질 마지막 38라운드 경기에서 정규리그 우승 향방이 결정된다.

맨유는 위건 애슬레틱과 원정경기를 펼치고 첼시는 볼턴 원더러스를 안방인 스탬포드 브리지로 불러들여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양팀은 22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단판 승부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벌인다.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 맨유와 첼시 중 어느 한 팀이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동시 제패하는 더블(2관왕)을 달성할 수 있고 둘 다 놓치는 불운을 맛볼 수도 있다.

양팀이 사이 좋게 정규리그 우승컵과 챔피언스리그 반지를 나눠가질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맨유가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서는 다소 유리하다.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에서 맨유가 +56로 +39인 첼시보다 17골이나 앞서 있다.

맨유가 위건전에서 승리하면 첼시-볼턴전 결과와 상관 없이 통산 17번째로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자력으로는 우승할 수 없는 첼시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그렇다고 첼시가 절대 불리한 것은 아니다.

맨유의 상대인 위건이 최근 5경기 연속 무패(2승3무) 행진을 하고 있다.

맨유가 올 시즌 홈경기 4-0 승리를 포함해 2005-2006시즌 이후 상대전적 6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위건의 최근 상승세는 부담스럽다.

더욱이 첼시는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04년 2월 이후 4년이 넘도록 100경기 이상을 치르며 한 번도 지지 않는 '안방 불패' 신화를 써왔다.

더욱이 상대는 지난 2003년 이후 상대전적 6승2무로 압도했던 프리미어리그 16위 볼턴이라는 점이 첼시의 기대를 부풀린다.

맨유가 비기거나 지고 첼시가 승리한다면 통산 네 번째 정규리그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양팀은 정규리그 우승컵을 건 혈투 후 11일 뒤 모스크바로 장소를 옮겨 챔피언스리그 정상 자리를 다툰다.

맨유는 역사적인 `트레블'(정규리그.FA컵.챔피언스리그 3관왕) 위업을 이뤘던 1998-99시즌에도 이번 시즌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당시 맨유는 토튼햄 홋스퍼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76점으로 아스널(승점 75점)에 근소하게 앞서 있었다.

다행히 맨유는 극적인 2-1 역전승으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아홉 차례나 맨유의 정규리그 우승을 지켜봤던 베테랑 라이언 긱스도 "어떤 가능성을 따져 보더라도 우승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첼시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주도권은 우리가 잡고 있고 우리는 프로다운 모습으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자력 우승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첼시는 그러나 최근 20경기에서 15승5무의 가파른 기세를 자랑하고 있다.

막판 뒤집기로 맨유를 따돌리고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했던 2005-2006시즌 이후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리고 있다.

또 한 번도 인연이 없었던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득점 기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붉은 전사' 맨유와 대포알 슈팅을 자랑하는 미하엘 발라크, `검은 폭격기' 디디에 드로그바가 포진한 푸른색 유피폼의 첼시 중 어느 팀이 웃을 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