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8월10일 오전 11시 내셔널아쿠아틱센터(워터큐브)에서는 세기의 대결이 펼쳐진다.

남자 개인혼영 400m에 이어 두번째 수영 금메달이 나올 이 경기는 바로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과 호주의 장거리 영웅 그랜트 해켓(27)이 맞붙는 자유형 400m 결승.
박태환의 금빛 물살을 기대하는 국민 뿐 아니라 과연 진정한 장거리 자유형의 최강자가 누구인가를 지켜보기 위해 전세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4년 전 아테네대회 때 '인간어뢰' 이안 소프에게 밀려 2위에 그쳤던 해켓은 소프가 은퇴하면서 베이징에서는 메달 색깔을 금색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무난히 이뤄질 것 같았던 해켓의 계획은 박태환이 등장하면서 틀어졌다.

작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해켓은 혜성처럼 나타난 박태환에게 자유형 400m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당시 호주 언론은 '400m 권좌의 종식', '어린 한국선수가 소프처럼 골인했다'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내비쳤다.

박태환과 해켓은 5개월 뒤 다시 맞붙었다.

같은해 8월 일본 지바에서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일본국제수영대회였다.

이번에도 승자는 박태환이었다.

어릴 적 우상이었던 해켓을 연이어 꺾은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박태환에게 두차례 연속 깨진 노장 해켓은 절치부심하며 훈련에만 힘을 쏟았지만 박태환은 그렇지 못했다.

'국민 남동생'이라는 호칭까지 얻으며 연예인 부럽지 않게 인기가 치솟은 박태환은 각종 행사에 불려다녔고, 최대 목표인 베이징 금메달을 향한 훈련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해켓은 다시 추월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3분43초15의 시즌 최고 기록을 내며 우승했다.

이 기록은 박태환이 지난해 1년 간 보유했던 시즌 최고 기록인 3분44초30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박태환이 1년 넘도록 자신의 기록을 줄이지 못한 사이 해켓이 치고 나오자 올림픽 금메달의 향방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박태환을 밀어내고 해켓이 다시 올림픽 우승 후보로 떠오른 것.
박태환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외부에서 훈련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태환은 당시 태릉선수촌 재입촌을 결정하고 옛 스승 노민상 경영대표팀 총감독 밑으로 돌아가 오랜만에 훈련에 열을 내던 시점이었다.

50여일 집중훈련을 한 그는 결국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에서 3분43초59에 골인, 자신의 기록을 0.71초 단축하는데 성공했다.

해켓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시즌 2위 기록이었다.

특유의 엄청난 회복 능력을 발휘하며 짧은 집중 훈련으로 1년 전 페이스와 컨디션을 급격히 되찾으며 해켓과 라이벌 경쟁을 더욱 뜨겁게 한 것이다.

이제 올림픽까지 남은 3개월여 기간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준비를 하느냐에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지게 됐다.

이 둘은 자유형 400m에서만 맞붙는 것은 아니다.

수영 마지막날인 17일 오전에는 자유형 1,500m 결승이 펼쳐진다.

해켓은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고 박태환이 저지에 나선다.

어찌됐든 올림픽 수영 첫날과 마지막 날이 박태환과 해켓의 맞대결로 화려하게 장식되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