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올림픽 중계방송 언어 세미나' 개최

"한결같이 격앙된 높은 톤으로 감탄사를 남발하는 중계는 곤란합니다."

"'저희 나라'가 아니라 '우리 나라'입니다."

"좋은 스포츠 중계를 위해서는 유머 감각을 키워야 합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9층 대회의실. 마이크를 앞두고 눈 앞에 펼쳐지는 경기를 보며 예리한 중계를 하던 여러 스포츠 해설위원과 아나운서가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토론을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MBC 아나운서국과 스포츠국이 공동으로 주최한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를 위한 방송언어 세미나에는 MBC 아나운서와 스포츠국원, 올림픽 방송 제작ㆍ진행 관련자들이 참석했다.

또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모델인 임오경 핸드볼 해설위원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수녕 양궁 해설위원,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 강신우 축구 해설위원 등 스포츠 해설위원 25명도 동석했다.

MBC 우리말위원회 전문위원이 실제 스포츠 중계를 모니터하며 분석한 자료인 '스포츠 중계방송 발화 분석'을 소개했다.

잘못된 발음과 문장, 관용구의 오류 등의 예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겁을'은 '겁슬'이 아니라 '거블'로 발음해야 하며, '뽈을 끝까지 봐서 뽈 처리가 이루어져야'는 '공을 끝까지 보고 나서 처리해야'로 고치는 게 좋다"며 "'눈에 돋보이는데요'는 '눈에 띄는데요'로 말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또 ▲'메달권에 접근이 돼 있습니다'는 '메달권에 속해 있습니다'로 ▲'팀웍이 안 맞고 있습니다'는 '팀워크가 좋지 않습니다'로 ▲'아시아 기록을 갱신하면서'는 '아시아 기록을 경신하면서'로 ▲'메달의 색깔이 틀려지겠습니다'는 '메달의 색깔이 달라지겠습니다'로 ▲'플레이를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는 '경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등으로 말하는게 올바르다고 지적했다.

MBC 스포츠제작단 백창범 PD는 'PD가 바라본 올림픽 중계'를 주제로 한 발제문을 통해 이번 올림픽 중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해설해야 하는 스포츠 종목을 소개했고 중계 제작과 관련된 정보도 언급했다.

'음주 방송'으로 물의를 일으켰다가 이번 올림픽 중계를 계기를 명예회복을 노리는 임경진 아나운서는 '진행에서 중계로'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캐스터의 입장에서 해설위원의 역할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그는 발제문에서 더욱 나은 중계방송을 위해 해설자는 바뀐 경기 규칙을 익히고 선수 프로필을 습득하는 등 철저한 자료 준비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해당 종목의 비전문가인 시청자가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야 하며, 경기에 몰입해 현장의 느낌을 살리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나운서국에서 준비한 콩트 영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영상에서 김완태 아나운서와 각각 캐스터와 해설자 역을 맡은 후 해설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코믹하게 소개했다.

'(박)태환이'처럼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거나 지나치게 겸손하려 한 나머지 '우리 나라'를 '저희 나라'로 말하는 오류 등을 전했다.

홍은철 아나운서는 '중계에서 진행으로'라는 주제 아래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맞습니다' '바로 그거죠' 등의 호응하는 대답에 인색하지 말아야 하며 감탄사와 수식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등 적절한 과장이 필요하다"면서 "남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행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재미있는 장면은 반드시 언급해 유머 있는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춘 육상해설위원은 '스포츠 캐스터의 역할과 자질향상 방안'의 발표문에서 스포츠 캐스터의 문제점으로 ▲학연, 지연 등 연고에 치우쳐 공평하고 객관적인 전달에 미흡한 점 ▲한국 선수가 속한 외국 소속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점 ▲한결같이 격앙된 높은 톤으로 감탄사를 남발하는 점 ▲애국적인 호소로 일관한 코멘트 ▲지식이 부족해 기초적인 질문을 반복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나운서는 해설자 못지 않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해설자 고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노련함을 갖춰야 한다"면서 "해설자도 통계를 기초로 한 과학적인 해설과 최신정보를 곁들여 관심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해설 경력이 30년에 달하는 허구연 해설위원은 "자료를 많이 갖고 가서 중계석 주위에 포스트잇 등으로 비치해 놓으면 편하게 해설할 수 있다"며 "기술적인 설명 외에 개성을 살린 해설도 필요하다"고 '신참' 해설자에게 조언했다.

아테네 올림픽 해설 때 눈물을 보여 화제를 모았던 김수녕 해설위원은 "이번 올림픽에서는 양궁이 조금 위태로운 면이 있는데 후배들이 잘 해 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해설을 위해 긴장한 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