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는 프로골퍼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남녀프로 골프대회에서 출전한 모든 선수가 오버파를 기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근래에 나온 최악의 스코어다.

24일 제주 크라운CC(파72·6300야드)에서 열린 'MC스퀘어컵 크라운CC 여자오픈'(총상금 2억원) 2라운드는 선수들에겐 '치욕'으로 남게 됐다.

출전선수 108명 가운데 단 한 명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거의 절반인 52명의 선수가 80타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냈다.

커트 기준선이 2라운드 합계 14오버파에 달해 마치 '아마추어 대회'를 보는 듯하다.

맨 꼴찌를 기록한 서진(29·슈페리어)은 첫날 17오버파 89타에 이어 둘째날 13오버파 85타로 합계 30오버파 174타를 쳤다.

정재은(19·하나은행)은 이날 더블보기만 5개를 기록하는 부진 끝에 합계 15오버파 87타를 치며 커트 탈락했다.

임경민(18)은 이날 딱 3개홀만 빼고 15개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5∼13번홀까지는 9개홀 연속 보기를 기록한 끝에 합계 19오버파 153타로 역시 커트 미스했다.

신지애(20·하이마트)도 바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평소 100%를 자랑하던 드라이버샷의 페어웨이 적중률과 아이언샷 그린적중률이 60%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이날 보기 7개와 버디 1개로 6오버파 78타를 쳐 합계 8오버파 152타로 공동 14위다.

이처럼 선수들이 무너진 이유는 바람의 세기보다는 방향 때문이었다.

한 쪽에서 일정하게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전후좌우에서 마구 불었던 것.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바람 방향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뒷바람이 부는 걸로 알고 쳤는데 가보면 앞바람이 불고 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보배(21),김소영(21·김영주골프),오채아(19·하이마트)가 합계 3오버파 147타를 기록,공동 선두를 달렸다.

선수들은 3라운드에서도 바람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스코어는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걱정하고 있다.

1990년 이후 국내여자대회 최악의 우승 스코어는 1991년 한국서산여자오픈에서 김순미가 기록한 합계 13오버파 229타였다.

제주 세인트포CC(파72)에서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총상금 3억원)에 출전한 남자 프로들도 다를 게 없었다.

출전선수 142명 가운데 언더파는 1명도 없었고 66명의 선수들이 80타대 스코어를 기록했다.

바람 방향에 따라 드라이버샷 거리는 100야드나 차이났고,맞바람 속에서 친 3번아이언샷은 120야드도 채 나가지 않았다.

뒷바람이 부는 홀도 마찬가지였다.

그린을 단단하게 다져놓아 어프로치샷한 볼은 그린을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린에서는 퍼트하기 위해 놓은 볼이 움직일 정도였다.

'루키' 김영본(20)은 6번홀(파5)에서 6오버파 11타를 치기도 했다.

드라이버샷이 바람을 타고 오른쪽 워터해저드로 날아갔다.

1벌타 후 친 세 번째 스푼샷은 워터해저드로,또 1벌타 후 친 다섯번째 스푼샷도 워터해저드로 빠졌다.

세 번째 벌타를 받은 후 친 일곱 번째샷은 그린 앞 벙커에 빠졌고,8온 후 3퍼트까지 겹쳐 11타를 치고 말았다.

김형성 강성훈 김도훈 박남신 김대현 김대섭 한성만 등 7명이 1오버파 73타로 공동 선두다.

김경수·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