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데이! 검은 갈매기 '野都부산' 경제도 신났다
프로야구 만년 하위팀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면서 부산이 야구 열풍에 빠져들고 있다.

사직 구장은 열혈 팬 '부산갈매기'로 경기마다 만원 사례를 기록하고 야구 용품과 기념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야구장 인근 상인들도 몰려오는 뒤풀이꾼으로 '사직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중이다.

팬들의 4강 염원은 '가을야구 정기예금' 등 금융 상품의 대박을 예고한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응원 오는 원정 갈매기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 선전의 선봉장은 단연 메이저 리그 출신 첫 외국인 감독 '제리 로이스터'.이른바 '로이스터 효과(Royster Effect)'가 부산 경제 구석 구석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 간 부산 홈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지난 13일 사직 구장.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부터 밀려든 관중들로 경기장 주변은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고맙데이! 검은 갈매기 '野都부산' 경제도 신났다

평일인 15일에도 관중이 몰려 전 좌석이 매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롯데자이언츠 구단 관계자는 "작년엔 경기당 평균 1만5000명이 찾았는데 두 배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족발 김밥 오징어 생수 등을 파는 야구장 입구 주변 30여곳의 가판대 상인들은 넘쳐나는 손님을 맞느라 바쁜 손길을 움직이고 있다.

사직구장 1층 롯데리아에서도 1만원짜리 '치킨 세트'가 불티나게 팔렸다.

이곳 직원은 "작년 이맘때쯤 하루 30마리 정도 팔렸는데 최근 200마리 이상 판다"고 말했다.

사직구장 바로 앞 200여곳의 음식점이 몰려 있는 '먹자 골목'도 덩달아 신이 났다.

'소문난 춘천막국수'의 한 직원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세 배 이상 많아진 손님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다"고 소개했다.

롯데 돌풍으로 모자 셔츠 등 야구용품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사직구장의 주말 야구용품 매출은 3500만원 선으로 이는 작년보다 3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로이스터 감독의 사인이 들어간 '로이스터 용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홈 개막전부터 판매한 '로이스터 감독 바람막이 점퍼' 1000장(판매가 4만8000원)은 사흘 만에 동이 나 추가 제작에 들어간 상태.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바라는 팬들의 열망은 관련 금융상품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와 부산은행이 지난 1일 출시한 '가을야구 정기예금'은 17일 현재 1000억원어치나 팔렸다.

이 상품은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연 5.6% 확정 금리에다 0.1%포인트 추가 금리를 얹어 주는 예금이다.

열혈 팬들로 인해 서울 등지에서 부산을 오가는 철도 이용도 증가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부산 롯데 홈 경기가 열리는 주말이면 야구도 보고 고향도 찾으려는 팬들로 평소보다 10% 정도 승객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롯데 선전으로 대변되는 '로이스터 효과'가 1000억원 정도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부산 경기를 지속적으로 부양하려면 뜨거운 야구 열기를 관광 등과 연계시키는 종합적인 스포츠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