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에 한 획을 그었던 최고의 스트라이커 출신 사령탑들이 자존심을 내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에서 '사제의 정'을 나눴던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과 황선홍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4일 오후 7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삼성 하우젠 프로축구 K-리그 4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인천(승점 9)에 이어 정규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수원(2승1무.승점 7)은 부산과 원정에서 승리를 거둬 1위로 뛰어 오르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고, 부산(1승1무1패.승점 4) 역시 홈 무대에서 이겨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다지겠다는 각오 뿐이다.

특히 이번 부산-수원전에는 눈에 띄는 볼거리들이 넘쳐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사령탑을 맡았던 차 감독과 당시 대표팀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던 황선홍의 시즌 첫 대결은 흡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과 맨유의 전설로 남은 로이 킨 선덜랜드 감독의 만남을 떠올리게 한다.

차 감독과 황 감독은 씁쓸한 추억을 함께 지니고 있다.

프랑스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1998년 6월4일 차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중국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고, 스트라이커로 나섰던 황선홍은 거친 태클에 무릎을 다쳐 본선 무대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을 맞았다.

더구나 차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대회 중간에 경질당하는 시련을 겪었고, 황선홍은 쓰린 마음으로 차 감독의 귀국을 지켜봐야 했다.

그 뒤로 6년 뒤 차 감독은 2004년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며 K-리그 명장으로 자리를 확실히 했고, 황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전 결승골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도자 수업에 나서 마침내 부산의 사령탑으로 나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이번 주말 '빅뱅'을 앞두고 막강 전력의 수원에 맞서 황 감독은 수원 유니폼을 벗고 이번 시즌 친정팀인 부산으로 이적한 안정환에게 1주일의 휴식시간을 주는 등 주전 선수들의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안정환 역시 지난 시즌 수원에서 출전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며 절치부심했던 터라 이번 수원전에 나서는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부산은 지난 시즌에 수원과 네 차례 맞붙어 1무3패로 부진했던 터라 복수전의 성격도 짙다.

반면 수원에는 지난 시즌까지 부산의 중원을 지휘했던 수비형 미드필더 안영학이 뛰고 있어 오랜 만에 친정팀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수원의 서동현은 4경기 연속골을 노리고 있고, 에두 역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2도움)를 달리고 있어 부산전에서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다.

한편 같은 날 경남은 제주와 홈 경기를 통해 최근 4경기 연속무승(컵대회 포함) 탈출에 나서고, '작은 황새' 조재진이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며 4연패의 막을 내린 전북은 6일 '난적' 포항과 홈 경기를 펼친다.

또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운 대구는 울산을 홈으로 불러들이고, 우승후보 성남은 전남과 맞붙는다.

특히 식중독 악몽에서 벗어난 광주는 서울전을 통해 정규리그 무패행진(1승2무)을 이어가겠다는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삼성하우젠 K-리그 2008 4라운드 일정

△5일(토)
경남-제주(15시.창원종합운동장)
부산-수원(19시.아시아드주경기장.KBS N.MBC ESPN.UTV 생중계)

△6일(일)
광주-서울(15시.광주월드컵경기장.광주MBC 생중계)
전북-포항(15시.전주월드컵경기장)
대구-울산(15시.대구스타디움.대구MBC 생중계)
성남-전남(15시.탄천종합운동장)
대전-인천(15시30분.대전월드컵경기장)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