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킬러'도 혼자 빽빽한 밀집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상하이 훙커우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차전 남북대결에서 '대표적인' 골잡이들을 총출동시켰지만 제대로 된 슈팅 한번 날리지 못하고 0-0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맨유)-조재진(전북)-설기현(풀럼)을 스리톱으로 세우고 박주영(서울)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해 골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전반에 공격수로부터 나온 슈팅은 경기 시작과 함께 조재진이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골대 옆으로 날린 왼발 슈팅이 전부였다.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자 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조재진 대신 '북한 킬러' 염기훈(울산)을 투입했다.

지난달 동아시아축구대회 북한전(1-1 무)에서 그림같은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던 염기훈은 현 대표팀 선수 가운데 북한과 공식 A매치에서 골을 넣은 유일한 선수.
경기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염기훈이 활발하게 측면을 휘저어주자 무기력했던 공격이 살아났다.

염기훈은 후반 11분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고 왼발로 감아 프리킥을 올렸지만 무위에 그쳤고, 14분과 25분 올린 오른쪽 코너킥도 모두 불발됐다.

그나마 후반 26분 염기훈은 괜찮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왼발로 툭 찍어 차 준 것이 골문 앞에 있던 박주영의 머리로 떨어진 것. 동아시아축구대회 중국전에서 선제골을 넣었을 때와 좌우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수비수와 힘겹게 몸싸움을 하며 뛰어오른 박주영의 헤딩 슈팅은 공중으로 뜨더니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고 말았다.

수비벽이 좀처럼 뚫리지 않자 염기훈은 후반 37분 아크 정면에서 왼발 중거리포를 날려 직접 해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북한 수문장 리명국에게 막히고 말았고, 경기 종료 5분여전 올린 오른발 코너킥을 박주영이 다시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역시 골대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북한 킬러'의 명성도 빈틈을 철저히 봉쇄한 빽빽한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고 결국 기다리던 골은 나오지 않은 채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상하이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