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올빼미족'이라는 안타까운 별명이 항상 따라 붙는다.

새벽과 밤 늦은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훈련을 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2년 연속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따낸 김연아(18.군포 수리고)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연아는 대회 출전 직전까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몸을 푼 뒤 오전 7시부터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서 두 시간 동안 새벽 훈련을 펼쳤다.

또 오후 내내 재활치료를 받고 다시 롯데월드 링크로 옮겨 저녁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훈련하는 '새벽별과 초승달 보기'를 반복했다.

대회를 앞두고 고관절 통증이 생긴 김연아는 오후 내내 병원에서 재활과 치료를 거듭하는 통에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을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끝내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피겨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내 피겨 인프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용링크가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소재 실내 빙상장 10여곳은 아이스하키와 쇼트트랙, 피겨 선수들이 혼용해 사용하기 때문에 빙판 상태에 민감한 피겨 선수들에게 적합한 좋은 빙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빙상장은 수익을 위해 오전과 오후 시간 대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강습에 시간을 할애하고 선수들을 위한 대관은 대부분 이른 아침이나 저녁 늦은 시간에만 할당된다.

김연아를 비롯한 국내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새벽과 늦은 밤에 연습에 나서는 힘겨운 현실을 견뎌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2~3개월의 집중 훈련을 위해 해외전지 훈련에 나서고, 매년 2천만원대에 이르는 전지훈련 비용 부담으로 경제적인 어려움마저 호소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현실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 차원의 장기적인 피겨 발전 청사진은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김연아의 뒤를 이을 차세대 피겨 기대주를 만들어 낼 장기 발전계획이 필요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까지 담당하고 있는 빙상연맹의 열악한 재정과 모자라는 인력을 가지고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부터 피겨 유망주 30명을 선발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고, 국가적 지원 속에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 정상급 선수들을 배출해 피겨 강국으로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물론 국내 환경을 일본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지만 지금보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프로그램은 절실하기만 하다.

더 이상 기적을 바라며 '제2의 김연아'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