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아깝게 동메달에 머물렀다.

김연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쳐 가장 높은 123.38점을 받았지만 쇼트프로그램 5위(59.85점)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해 합계 183.23점으로 3위에 그쳐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뛰려다 넘어지는 수난 속에서도 멋지게 연기를 마무리하면서 총점 185.56점으로 생애 첫 `피겨 여왕'에 올랐다.

또 전날 쇼트프로그램 1위였던 카롤리나 코스트너(18.이탈리아)는 총점 184.68로 은메달을 땄다.

트리플 러츠 점프 실수가 역전 우승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멋지게 뛴 김연아는 연이은 더블 악셀(공중 2회전반)까지 깨끗하게 처리하면서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플라잉 싯스핀에 이어 스파이럴 시퀀스를 우아하게 소화한 김연아는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완벽하게 뛰었지만 트리플 러츠를 싱글 점프로 처리하는 실수를 범했다.

기본점수 6.0점의 트리플 러츠를 싱글(0.6점)로 처리하면서 무려 5.4점이나 까먹고 만 것. 트리플 러츠 실수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역전 우승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철 심장' 김연아는 기죽지 않고 나머지 연기 요소를 차근차근 펼쳐보이면서 관중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눈에 띄게' 유럽 선수들에게 관대했던 심판진들도 김연아에게 프리스케이팅 1등 자리를 줬을 정도로 멋진 연기였다.

하지만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했던 성적은 결국 메달 색깔을 금에서 동으로 바꾸고 말았다.

김연아는 "아쉬움과 기쁨이 절반 씩 느껴진다"며 "크게 긴장을 하지 않고 부담 없이 하려고 노력했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연기한 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연아에 이어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주축 발이 미끄러지면서 배를 깔고 링크에 눕는 ‘참변'을 당했지만 저력 있는 연기로 121.46점을 받아 코스트너를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김나영(18.연수여고)은 컨디션 난조 속에 점프에서 잦은 실수를 보이면서 79.36점을 받는데 그쳐 전날 쇼트프로그램(47.96점)을 합쳐 총점 127.32점으로 19위에 랭크됐다.

한편 한국은 김연아와 김나영의 순위를 합친 숫자가 '22'를 기록(28 이내까지 2장의 티켓), 내년 시즌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 2명의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게 됐다.

(예테보리<스웨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